디자인어랑 산책갈까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소설 속에 첫 문장입니다.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무심한 첫 문장으로 꼽히는 이 구절은, 인간이 사회와 맞닿는 방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냅니다.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위대한 소설 속 첫 문장 Best 10을 선정했는데, 당당히도 가장 먼저 언급되었습니다.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울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비정상으로 낙인찍힙니다. '뫼르소'라는 이름을 저는 가끔 '모르쇠'로 잘못 언급하기도 하는데, 모든 걸 잡아떼는 계산적인 인간은 아닙니다.
뫼르소는 세상이 기대하는 '정상적인 감정 표현'을 거부하고, 그 때문에 더 큰 소외를 경험합니다. 결국 그는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이방인'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파이크 존즈의 영화 <허(Her)> 속 주인공 테오도르 역시 이방인입니다. 도시는 화려하게 빛나지만,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홀로 고립된 일상을 살아갑니다. 감정 표현에 서툴고 관계 맺기에 미숙한 그는, 인공지능 사만다와의 사랑을 통해서만 잠시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오래가진 못합니다.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동안 다른 누군가와도 얘기하는 거야? 몇 명이나 되지?"
"8316명이에요."
삶의 무대에서 처음부터 우리는 이방인이었습니다.
직장에서, 관계에서, SNS 속에서도 늘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기를 강요받습니다. 때로는 그 안에서 눈물 흘리지 않는 뫼르소처럼,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테오도르처럼 이방인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부적합 속에서 '나답게 존재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카뮈는 말했습니다. "삶은 본래 무의미하다. 그러나 그 무의미를 받아들이는 순간, 진정한 자유가 시작된다."
<허>는 되묻습니다.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건, 의미가 아니라 단순히 연결되는 경험 아닐까?"
디자인을 공부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는 우리도 사실 늘 이방인입니다.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지고, 익숙한 것에 의심을 품는 태도가 있어야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은 결국 정답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새롭게 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스팅(Sting)은 당당하게 노래했습니다.
"나는 이방인이야, 하지만 합법적인 이방인이지. 나는야 뉴욕에 사는 영국 신사. (Oh,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여러분은 지금, 어떤 세계에서 '이방인'으로 서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