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어쩔수가있다'

디자인어랑 산책갈까

by 디자인어

“다 이루었다.”

배롱나무 꽃은 백 일 동안 붉게 피었다가 지는 꽃이라 하여, '백일홍'이라 불립니다. 만수(이병헌)의 독백과 함께 붉은 배롱나무 꽃잎이 흩날립니다.


“다 이루었다.”

이 말은 어쩌면 '이제부터 잃을 준비를 해야 한다'라는 또 다른 선언일지도 모릅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이런 역설로 시작합니다. 회사와 노동자의 갈등, 노동자끼리의 경쟁, 그리고 결국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인간. 이 영화는 산업의 변화를 넘어, ‘노동의 존엄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더 깊이 보면, 그 안에는 ‘변화를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취업 현실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하지만, 결과는 불확실합니다. “어쩔수가없다”는 말이 입에 붙죠. 그러나 그 말은 체념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언어여야 합니다.

지방에서 연극을 하던 이성민 배우는 서른다섯에 상경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어쩔수가없다>를 투자받기까지 17년이 걸린 이유도 결국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통제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행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멈추고, 생각하고, 행동하라.” 영화 속 태양제지의 안전구호입니다.


영화는 이 슬로건처럼 세 가지 색으로 현실을 말합니다. 빨강은 욕망과 파괴, 노랑은 경계와 불안, 초록은 감춰진 본능. 살해 장면마다 등장하는 붉은색 옷, ‘고추잠자리’의 붉은 선율, 붉은 도로와 마지막 만수(이병헌)의 안전모까지, 이 색들은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가를 보여줍니다.

배롱나무는 여름의 시작과 끝을 알립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은 없죠. 아름다움은 늘 짧고, 완성은 곧 소멸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 이루었다’라고 말하는 대신, ‘다시 시작한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톨스토이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말했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다들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취업도 그렇습니다. 합격의 과정은 비슷하지만, 떨어진 이유는 각자 다릅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힘, 실패로부터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내 면접은 있잖아, 정말 힘든 그런 면접이야."

취업 시장은 점점 더 AI화되고, 이력서는 알고리즘이 먼저 읽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가 있습니다. 그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고의 깊이입니다. 자신의 속도를 조절하고, 의미를 다시 묻는 태도. 그것이 결국 통제력을 만드는 힘입니다.


어쩔 수가 없는 현실이라도, 어쩔 수가 있어야 합니다.

그 안에서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문장을 기억해야 합니다.


“멈추고, 생각하고,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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