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어랑 산책갈까
〈은중과 상연〉은 두 여자아이가 지지고 볶고 싸우다, 절교하고, 다시 화해 아닌 화해를 하는 이야기입니다.
은중은 상연을 ‘나보다 뛰어난 아이’라 생각하고, 상연은 은중을 ‘나보다 나은 아이’라 생각합니다. 둘의 관계는 선망과 열등감, 그 중간 어디쯤에 있습니다.
은중은 상연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널 끝내 받아 주겠니?”
그리고 결국, 끝내 상연을 받아준 사람은 은중이었습니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감정 속에서 자라납니다. 넷플릭스 시리즈〈은중과 상연〉과 양귀자 작가의 소설 『모순』은 서로 다른 매체이지만, 삶의 모순과 자기 수용이라는 하나의 문장으로 만납니다.
〈은중과 상연〉은 오랜 세월 엇갈린 두 사람의 관계를 따라갑니다. 은중과 상연은 친구이자 연인이며, 서로의 거울이며, 그림자이기도 합니다. 좋아하지만 멀어지고, 헤어지지만 완전히 끊어내지 못합니다.
조영민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서툴고 흔들리는 순간조차 결국은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일부가 아닐까요.” 그리고 덧붙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히 이해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불완전하지만 진심이 깃든 그 순간들 덕분에 우리는 살아가고, 성장합니다.”
송혜진 작가 역시 말합니다.
“〈은중과 상연〉은 자기 자신을 수용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상연이처럼 외롭고 힘든 날엔 여러분이 여러분의 은중이가 되어주세요.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은 여러분이 사람이기에 느끼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결국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완벽한 관계’가 아니라, 불완전함을 견디며 자신을 이해하는 법입니다.
양귀자 작가의 『모순』 속 안진진 또한 같은 길을 걷습니다. 그녀는 사랑과 이별, 믿음과 단념의 경계를 오가며 조금씩 성숙해집니다.
“행복은 늘 불행의 그림자 위에 있습니다.”
진진은 그 모순을 받아들이며 삶의 균형을 배웁니다. 완벽히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 흔들림이 자신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두 작품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삶은 완성의 과정이 아니라, 수용의 과정입니다. 모순과 불완전함을 외면하지 않고 껴안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 태도는 시각디자인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좋은 디자인은 완벽함의 결과물이 아니라, 끊임없는 조율과 관찰의 과정에서 탄생합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용자 피드백, 기술의 변화는 언제나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그 불완전함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은중과 상연〉의 은중처럼 진심을 잃지 않고,『모순』의 안진진처럼 모순을 견디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작업해야 합니다. 디자인은 완벽을 향한 직선이 아니라, 수용과 수정이 반복되는 원의 움직임에 가깝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히 이해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불완전함 속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디자인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