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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땡이 러너 Nov 19. 2016

나는 어떻게 달리는 사람이 됐나

달리기 찬가  #1. 분명 괜찮은 운동이다.

글 쓰는 일을 하지만, 퇴근 후엔 몸 쓰는 일을 즐기는 직장인. 대학생이던 2012년 무렵부터 취미로 러닝을 즐기고 있다. 이런저런 운동에 손을 댔지만, 결국 러닝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뛸 때마다 잡스런 생각을 하다 보니 러닝을 하며 가장 튼튼해진 건 마음. 달리며 얻은 이런저런 생각들을 공유한다.


  한국의 달리기 인구가 6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강공원만 나가봐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강변을 달리는 이들을 만날 수 있고, 매주 주말이면 열리는 달리기 대회에 수많은 이들이 참가한다.


  대개 '입문자'들이 첫 대회에서 선택하는 거리는 10km. 킬로미터 당 6분에 주파해도 한 시간을 달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달리기에 입문한 남성은 55분 내외. 여성 주자들은 1시간 10분 내외로 주파한다. 동호인 수준에서 '꽤나 잘 달리네요'라는 평가를 받는 기준은 50분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할 때부터이다.


  50분 안쪽의 시간이라고 해도 짧은 시간은 아니다. 그리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의 힘과 체력이 소모된다는 얘기이다. 풀코스 마라톤을 즐기는 이들의 말을 들어봐도 달린다는 것은 지겨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왜 오늘도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두 다리를 끊임없이 교차해 나아가는 것일까.


학창 시절의 달리기


 "달리는 것이 꽤 재미있다"라고 느낀 것은 중학교 때의 일이었다. 매 체육시간이면 꼬박꼬박 달리기를 시키던 체육선생님 덕에 체육시간만 되면 학교 교정을 10바퀴나 돌아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7km쯤 되는 거리였던 것 같은데, 지치지 않고 잘 달렸다.


  사실 큰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축구나 농구에 크게 소질이 없었던 탓에 그나마 또래 속에서 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었던  운동이 달리기였다. '운동에 아주 소질이 없지는 않는구나'하는 생각에 더 힘껏 달리게 됐다.


덕분에 학교 달리기 대회에서 몇 번의 입상을 했고, 자연스레 학교 대표로 선발돼 몇 번의 달리기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구색 맞추기 식의 대회에 아무 훈련 없이 구색을 맞추는 식으로 참가한 덕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달리기는 학창 시절의 좋은 기억으로만 남았다.


2013년, 그리고 그 이후


  2011년 당시 부대에는 매일 오후 달리기를 하러 나서는 선임이 하나 있었다. 한여름에는 상의를 벗고, 겨울에는 또 껴입고. 그렇게 매일을 운동장을 달렸다. 나는 저 멀리 연병장을 달리는 그를 보며 언제나 중얼거렸다.


아아, 매일같이 미련하게도 달리는구먼

그때에도 달리기는 매력적인 운동은 아니었다. 예전에 좀 해보긴 했지만, 지루하고, 힘들기만 한 운동.


  그렇게 2년이 흘러 사회로 나온 뒤 문득 지하철을 타고 뚝섬유원지를 지나던 중, 창 밖으로 달리기를 하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보였다. 단체로 티셔츠를 맞춰 입고 줄지어 달리는 모습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당시 나이키에서 진행하는 '위 런 서울'(We Run Seoul) 행사 신청이 있었고, 괜히 멋져 보여서 덜컥 신청했다.


  대회는 11월이었는데, 제대로 된 운동화 하나 없어 겨우 인터넷으로 하나 주문하고, 집에 굴러다니던 아무 운동복이나 주워 입고 행사에 참여했다.


  같이 가는 사람도 없고, 혼자 참여한 터라 광화문 광장 구석에서 몸을 푸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출발 신호에 맞춰 달려 나갔다.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여의도 공원까지. 서대문, 충정로, 공덕, 마포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는 차단하고 달리는 길은 감동적이었다. 버스를 타고 지날 때나 보던 덕수궁을, 시청을 두 다리로 달리며 지나치다니.


"야아! 달리기라는 것 정말 재미있는걸?"


그제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달리기에만 매진했다. 대학 달리기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비교적 정기적으로 달렸고. 다음 해에는 하프 마라톤, 그리고 다음 해에는 풀코스에 도전해 코스를 완주했다.


분명 괜찮은 운동이다


지금이야 자연스럽게 주변에 달리는 이들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달리기를 본격적인 취미로 삼을 때만 해도 여전히 달리기가 '괜찮은' 운동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당장 팔뚝에 힘줄이 솟고, 가슴이 단단해지지 않는다. 드라마틱한 체중 감량 효과도 없다. 그러나 분명 달리기만의 매력이 존재한다. 체력이 좋아지고, 건강해진다는 문제는 넘겨두더라도.


달리기를 좋아하는 건강한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지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달리는 동안 주로에서 마주치는 이들. 일면식 없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교환되는 건강한 에너지 만으로도 달릴 이유는 충분하다.


굳이 달리지 않더라도 산책하며 달리는 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라. 그리고 언젠가 문득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개의치 말고 달려보자. 그렇게 우리는 달리는 사람이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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