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 막히는 일상, 숨통이 트이는 무언가가 필요해
Q 일상을 일탈해보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큰 결심이 필요한가요?
A 거창한 건 없어요. 저는 그냥 체육관 문을 두드렸고 그 때부터 다른 일상이 시작됐어요.
나는 취향은 있었는데 취미는 없었다.
내가 하고 싶고 재밌는 취미를 꾸준히 진득하게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헬스도 운동도 생각만 하고 직접 실천을 하지 못했다.
항상 나는 헬스를 하는 나, 운동을 하고 러닝을 하는 나만 머릿속에서 상상만 했다.
그런 내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복싱을 하게 되었는가.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30대가 되고 나서 운동에 도전하고 싶었고 삶을 바쁘게 살면서 숨 한 번 돌리니까 단순한 반복이 아닌 열정과 숨통이 트일만한 탈출구가 필요했다.
'근데 나 너무 늦게 시작하는 거 아냐?'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앉아서 게임만 하는 내가 체력이 될까?'
'외향인들만 하는 거 아냐? 나 괜찮을까?'
'여성분들이 많으면 좋겠다.'
라는 걱정이 또 파도처럼 밀려왔다.
쓸데없는 생각에 나는 체육관 등록을 망설이다가 어느 순간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오기와 도전 의식이 들어서 체육관을 찾아보고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내가 어릴 때 wwe, 스맥다운 등 프로레슬링이 유행했었고 옷을 찢으며 포효하던 헐크 호건,
거대한 손으로 목을 움켜쥐고 땅에 꽂아버리는 빅 쇼의 초크슬램, 랩을 쏟아내던 존 시나,
팔을 번쩍 들며 내리찍는 피플스 엘보의 더 락, 까만 모자와 롱코트를 입고 링 위를 천천히 걸어오던 언더테이커 등 각자의 색깔이 뚜렷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친구들과 기술들을 따라 하면서 장난을 쳤던 기억이 있다.
존 시나는 시간이 흘러 실제로 본 적이 있다. 내 눈 앞의 그는 여전히 건장했고 나는 순식간에 어린 나로 돌아갔다. 어린 시절이 한 장면처럼 스쳐갔고 감격 그 자체였다.
또, 아버지가 복싱경기 보는 것을 좋아해서 어깨너머로 복싱 경기를 보면서 '복싱은 엄청 격동적이고 투박하네.' 하고 어렴풋이 느꼈다.
레슬링의 화려한 기술에 비해 보호장비 없이 주먹 다툼을 하는 게 어린 내게는 조금 충격이었다.
충격은 있었지만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막연하게 투기 종목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내 무의식에 잠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복싱을 하면서 복싱 경기에 대해 흥미가 생기고 해외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보게 되었는데
킥복싱이랑 다르게 발은 쓰지 않고 손과 스텝을 사용해 상대를 타격하고 다운시키는 게 거부감이 들면서도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뭔가를 느끼게 되었다.
끓어오르는 마음의 불씨는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야 활활 타올랐고 무의식에 잠든 투기 종목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깨어나면서 나의 진지하고 성실한 복싱 인생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