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했던 시간을 기억할게
복싱을 시작하고 두 달이 지났다.
우리 강아지가 아프기 시작했다.
며칠 전만 해도 공원에서 산책을 무리 없이 했던 녀석이 밤새 앓아 응급실을 갔다.
아직 열네 살인데 나한테는 영원한 아기인데...
나는 세상이 무너지고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나는 매일 자책하고 병원에 중환자로 입원해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녀석에게 내가 만든 간식이며 밥이며 줄 수가 없다는 사실이 나를 미치게 했다. 병원에서도 병원식을 먹어야 했고 면회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만나러 가서 돌아가는 나를 녀석은 자신을 버리는 거라고 생각할까봐 너무 두려웠다.
힘없는 다리, 아픈데도 내가 오니까 일어나려는 모습과
'나도 집에 갈래. 같이 가자. 어디 가...'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 나를 붙잡았다. 한동안 집에 가지 못하고 멀리서 아이를 쳐다보고 돌아갔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안 좋을 거 같아서 숨어서 운 적도 많았다.
나는 핼쑥해진 아이를 보면서 매일을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가녀린 다리에 꽂힌 수많은 바늘과 응급처치실이 내 눈에는 너무 춥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냥 집에 데려가면 안 될까? 집에 데려가면 분명 계속 아파하니까 도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나는 미친 사람처럼 운동에 매달렸다. 운동을 가서 나는 나의 슬픔과 괴로움을 지우려고 했다.
아기 때부터 14년 동안 애지중지 금지옥엽 키웠다. 먹는 것 자는 것 노는 것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행복을 느꼈고 진정한 사랑이 뭔지 깨달았다. 그 아이가 주는 선하고 순수한 힘과 귀여움은 잿빛이던 내 인생을 환하게 해 주었다. 나를 알아주는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이며 소울메이트였다. 고통과 괴로움을 팔에 싣고 주먹을 뻗으니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슬픔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버티고 버텼다. 운동을 하고 나면 부정적인 생각이 줄어든다.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독이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아파서 입원한 건 처음이었지만 잘 이겨낼 거라고 언제나 건강했었으니까 이번에도 잘 이겨내리라고 그래서 다시 내 품에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작고 소중했던 나의 아이는 내 곁을 떠났다.
차가운 병원에서 허무하게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슬픔에 잠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심신은 쇠약해지고 모든 게 지쳐있었다. 길을 걷다가 울기도 하고 눈물이 쉽게 멈추지 않았고 가족들은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봐 노심초사하며 불안했다고 했다. 나는 너무나 큰 상실감에 못 이겨 나도 강아지를 따라가고 싶었다. 근데 그건 그 아이가 원하지 않을 것 같았다. 운동도 몇 주 나가지 못했다. 나의 슬픔과 추모가 길어지면서 콩콩이 스텝도 원투도 점점 멀어져 갔다.
아이를 떠올리며 글을 쓰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흘려보내는 법을 알았다. 감정은 절대 참아서 되지 않는 걸 안다. 평소에 사진도 못 보고 바쁜 일상 속에 숨어 '생각하지 말자.' 하다가 문득 파도처럼 몰려오는 아이의 웃는 표정과 소리에 잠이 깬 새벽이면 다 흘러 보낼 줄 알았던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밤새 쏟아진다.
아직도 나는 뜨겁게 널 그리워하고 있다고 상기시켜 주는 것 같다.
내 곁에 머물러줘서 고마워. 함께 했던 시간을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