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계절의 변화 속에서도 우리는 성장한다.
四季四季四季四季
모두가 힘들었던 봄
2020년 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를 우리나라 또한 피할 수 없었고, 그 여파로 두 달이나 늦게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아들이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지만 일반 초등학교에서는 실수투성이와 보호관심대상이었다. 그래도 일반학급과 특수학급 수업을 병행하며, 1학년을 무난하게 넘겼다.
2021년이 되어 아내가 경력 단절을 끝내고 새롭게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내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1년간 휴직을 하게 되었다. 휴직기간은 나에게 인내, 인내, 그리고 또 인내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아들의 학교생활 정보를 얻기 위해 얼굴도 모르는 낯선 학부모들 모임과 학교 운영에도 참여하고, 아들이 친구들에게 문제행동을 보였을 때 친구들과 그 부모님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집에서는 가사를 하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학교에 있는 아들 걱정과 아이들 돌보는 일까지, ‘아내는 이런 일을 어떻게 지금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아내에게 경이로운 존경심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1학년 때보다는 조금 더 힘들었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의 격려 덕분에 2학년 생활도 무사히 넘기게 되었다.
하지만 3학년이 되면서는 또래들의 성장속도를 더 이상 아들이 함께 맞춰 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들은 학교 가는 것을 힘들어하며, 학교에서 하나둘씩 문제행동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걱정과 고민이 깊어져 갔다.
다시 찾아온 겨울과 더 따스해진 봄
그리고 2022년 겨울, 우리 부부는 결심했다. 앞선 경험들이 많아서인지 고민의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내는 “애초에 일반 초등학교 졸업이 목표였는데, 그게 우리의 목표지, 아들의 목표는 아니잖아, 3학년까지 경험했으니 절반은 이뤘다. 특수학교로 전학 가자!”라고 시원스럽게 말했다.
2023년 봄, 아들은 어릴 적 특수어린이집을 갈 때처럼 이번에는 특수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때처럼 차츰 밝아지고 또래들과도 잘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들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돌이켜보면, 우리 가족에게는 기억에 남을만한 사계(四季)가 있었다. 여름에 아들이 태어나고, 가을에 딸이 태어났고, 겨울에는 늘 고민의 순간들이 찾아왔으며, 봄에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평범한 일상은 계속되었고, 우리는 그렇게 성장해 왔다.
지난 겨울에는 기다려도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봄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고, 여느 때처럼 꽃구경도 하며, 그렇게 어떤 이들은 늘 찾아오는 계절이 똑같다고 느끼지만, 또 어떤 이는 ‘올해는 벚꽃이 좀 더 예쁘게 피었네’, ‘올해는 유달리 단풍이 여러 가지 색이네’ 등 같은 계절을 보면서도 미묘한 변화의 차이를 느낀다.
아들 또한 사계(四季)처럼 주기적으로 감정과 행동들이 반복되는 과정을 겪지만, 그렇게 똑같아 보이는 반복 속에서도 우리 가족은 아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작은 차이를 느낀다.
오늘도 퇴근 후, 집에 들어서자마자 세상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있는 아들과 딸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었고,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은 내 덩치와 비슷하게 성장한 아들을 보며, 아내에게 우스갯소리로 “태어날 때 약하게 태어나서 이름에 ‘굳셀 무(武)’를 넣었더니 몸이 너무 굳세어졌다”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지금까지 건강하고 밝게 자라준 아들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누구나 자녀가 태어나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아들이 태어나던 2013년 8월 6일, 그날의 행복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또래보다 느리긴 하지만 자기 나름의 속도로 열심히 성장하고 있는 아들로 인해 ‘늘 큰 행복만 쫓던나’ 자신 또한 이제는 ‘평범한 일상 속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나’로 변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어떤 이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대소변 가리기, 한글 배우기, 더하기 빼기, 두 발자전거 타기 등 아주 작은 일상들도 아들에게는 오르지 못할 산이라 느꼈었는데, 그 모든 것들을 해낸 아들을 보니 이제는 아들과 함께 더 다양하고 많은 일상들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희망’과 ‘행복’이라는 두 단어를 마음에 품고, 작은 변화일지라도 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며,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