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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어린 단어들이 찾아오는 성.

여물지 않은 문장들이 자라나는 성.

by Daae
철학으로 올린 지붕과
신념으로 세운 기둥들
상징으로 만든 계단과
비유들로 꾸민 가구들

아직은 어린 단어들이 찾아오는 성
여물지 않은 문장들이 자라나는 성
언젠간 그들이 문학이 될 수 있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게
성을 지어


난 슬퍼질 때 마다 야한 상상을 해.

이번 9월에 돌아오는 레드북! 나는 박진주 안나로 관람했다. 이번에는 돌아오지 않는 펄안나가 아쉬울 따름…


나는 어릴적, 또 고등학생이 될 적에 성적인 차별을 담은 발언을 많이 들었고. 더 나아가선 남자아이들의 커플엮기 장난이 트라우마로 남아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리뷰할 “레드북”이라는 작품이 매우 의미 있었다. 물론… 내가 이런 성차별에 무결한 사람이 아니지만, 보면서 마음 속 응어리가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레드북”이 의미있는 이유.


나는 트위터리안이라 소위 “덕질”이라고 하는 세계를 잘 아는데, 2차창작에서는 그들만의 욕망을 담은 19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난 이 뮤지컬을 보고 내가 구독했던 포스타입의 그녀들을 떠올리며 공감했다. …은밀하게 보던 나의 세계가 오픈된 기분이라 부끄러웠지만 성적으로 조숙하길 강요 당하고, 심지어 어기면 낙인까지 찍혔던 내 세대에선 여자도 이렇게 야한 말, 행동을 해도 돼! 라는 말이 마치 그 어린 날의 상처에 대한 용서로 들렸다.



그렇다고 그런 19의 세계를 남발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적 남자아이들이 대화하는 걸 들었을 때 굉장히 불쾌했고, 눈살이 찌푸려졌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티없이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이 넘버는 순식간에 자존감을 상승 시키는 노래로 유명해졌는데,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 이 노래의 깊은 뜻을 알 수 있다.


모두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해도 자기가 옳다는 신념을 밀고 나가며. 스스로의 가치관을 세우는 것. 모두가 말하는 “내”가 아닌, 내가 지금 말하는 나에게 책임을 지는 것. 그게 이 넘버가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다.


https://youtu.be/mH2bq1CVNoU?si=cfY7x96yBjLVUHO-


https://youtu.be/Q48dRaLeGGk?si=20Q0ZUzWyxBLbkuK


난 늘 궁금했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난 늘 기다렸어

날 이해해 줄 알아봐 줄 한 사람

사실 다 알고 있는데
답은 내 안에 있는데

자꾸 되물어봤어
나를 믿을 수 없어
애써 모른 척했어
혼자 자신이 없어
계속 외면해 왔어 나를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살아온 날들과 사랑한 이들이
너무나 소중한 사람
지금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중요한 사람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내가 나라는 이유로 죄가 되고
나라는 이유로 벌을 받는
문제투성이 세상에
하나의 오답으로 남아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
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티 없이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나를 지키는 사람

당신과 같은 심장으로 숨을 쉬고
당신과 같은 마음으로 꿈을 꾸는
하지만 결국 하지만 결국
당신과 다른 당신과 다른
당신이 아닌 사람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
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티 없이 맑은 시대에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얼룩을 남겨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해도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나로서 충분해
괜찮아
이젠


누군가에게 맞춰가는 “나”만이 “내”가 아니라, 내 목소리, 신념을 가지고 서로 양보하고 필요하면 신념을 제대로 펼칠 줄 아는 것. 그것이 레드북이 말하고 싶은,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의 애티튜드라고 본다. 문제가 많은 이 세상에서 정답이 아니라 오답이라도 좋으니, 나로서 살아가다. 당신과 마주쳐 더 단단한 “우리”가 되겠다고.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자고.


이 넘버와 뮤지컬은 내게 많은 삶의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잊을 수 없는 인생극 중 하나.





우리는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

억눌려온 욕망을 일으켜
넘쳐나는 광기을 불태워


레드북의 숨은 명곡 중 하나.

경쾌한 행진곡 분위기에 단단한 신념을 가진 가사들.

글을 쓸 땐, 눈치를 안보고 온전히 나일 수 있으니… 그에대한 해방감을 담은 독립군의 노래를 닮았다.


https://youtu.be/bTl3X5WYN5o?si=IzH8EcW6oJSfmQOt​​


(도로시)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를 때
어딘가 털어놓고 싶은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때
우리는 우리를 이 종이 위에 담아

(도로시, 줄리아, 코렐, 메리)
우리는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
이 작은 펜으로 커다란 성을 지어
우리는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
이 작은 펜으로 커다란 성을 지어

낡아빠진 관습을 부수고
바보같은 규범을 허물어
다시 그 자리에 성을 지어
그 자리에 새로운 성을 지어

우리는 로렐라이(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여인들)
이 작은(작은) 펜으로(펜으로) 커다란 성을 지어

철학으로 올린 지붕과
신념으로 세운 기둥들
상징으로 만든 계단과
비유들로 꾸민 가구들

아직은 어린 단어들이 찾아 오는 성
여물지 않은 문장들이 자라나는 성
언젠간 그들이 문학이 될 수 있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게 성을 지어

(코러스:
우리는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
이 작은 펜으로 커다란 성을 지어)

(줄리아) 안녕하세요, 저는 영국이 낳은 가장 유명한 작가 제인 오스틴의 광팬 줄리아예요. '오만과 편견'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못해 제가 직접 쓰게 됐어요. 잘 부탁해요. 아! 특별히 말해두는데 다아시는 내 거에요!

(코렐) 제 이름은 코렐이에요. 전 남편을 죽여버리고 싶어요. 어린 년이랑 바람이 났거든요. 그래서 전 매일 (코러스 : 남편을 죽이는 소설을 쓰고 있죠!) 반가워요~

(메리) 전 메리예요. 전 지금 짝사랑 중이에요. 소설은 참 좋은 것 같아요. 날 안좋아하는 사람도 소설 속에선 얼마든지 질펀하게 뒹굴 수 있잖아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도로시) 봐요! 우리 모두 당신을 환영하고 있어요.


(다같이)
우리는 로렐라이(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여인들)
낡은 펜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
억눌려온 욕망을 일으켜
넘쳐나는 광기를 불태워
오직 나를 위한 길을 찾아
길을 찾아(찾아) 길을 찾아(찾아)

진정 내가 나일 수 있는(나일 수 있는)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는(만날 수 있는)
아주 특별한(특별한) 길을 찾아

우리는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
우리는 우리를 이 종이 위에 (담아)
우리는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
이 작은 펜으로 우리는 우리를 위로해

각자의 욕망이 다르지만, 그들은 글로서 서로를 위로한다는 뜻이 같아 로렐라이 문학회 일원들로 함께한다.


브라운의 권유로 꿈을 찾은 주인공 “안나”는 이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레드북”을 발간한다.


나는 야한여자


조롱을 끌어안고 비난에 입을 맞춰
나를 슬프게 하는 모든 것들과
밤새도록 사랑을 나눠

이게 무슨 넘버야! 하며, 제목에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마치 Idle-nxde를 보는 듯한 느낌의 넘버다.

야한 작품을 기대하셨다면
oh, I’m sorry 그딴 건 없어요
환불은 저쪽 -Idle, nxde

https://youtu.be/kqyTTBC8mvo?si=AeoOW28eWyrkjaSJ

사랑을 말했고 사랑을 주었지
차가운 마음에 햇살을 비춰주듯
사랑을 받았고 사랑을 주었네
바람이 불어와 눈물을 닦아주듯
내 생에 가장 아름다웠던 날들
떠올릴수록 벅차올랐던 날들
그게 잘못이라면 그게 나쁜거라면

나쁜 여자야 나는 나쁜여자
나쁜 여자야 나는 나쁜여자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나쁜 여자야

사랑을 말했고 사랑을 적었지
메마른 모래를 감싸는 파도처럼
물살을 따라서 떠나는 여행처럼
사랑을 말했고 사랑을 적었네
이게 잘못이라면 이게 나쁜거라면

야한 여자야 나는 야한여자
야한 여자야 나는 야한여자
부끄러움 따위는 모르는 야한 여자야

더 이상 상상 속에만 머물지 않아
나같은 누군가에게 보여줄거야
조롱을 끌어안고 비난에 입을 맞춰
나를 슬프게하는 모든 것들과
밤새도록 사랑을 나눠

난 이제 행복해지는 법을 알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줄거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야한 여자


안나는 자신의 이야기가 더러운 것 취급을 당하자 나는 나쁜여자야, 이렇게 읊조리다. 나는 야한 여자야. 하면서 당당하게 각성을 한다. 첫 가사가 나쁜 여자, 그 다음 가사가 야한 여자. 이렇게 변하며 자신을 정의해가는 안나가 인상 깊었다.




신사의 도리

깔끔단정멋짐얍!!

https://youtu.be/VCF9dG6NuxQ?si=IxbVSW212Gr9o9Hl​​

[잭]
신사
그것은 무엇인가

[앤디]
신사
그들은 누구인가

[잭]
그것은 무엇인가

[앤디]
누구인가

[잭]
무엇인가

[앤디]
누구인가

[잭]
무엇인가

[잭, 앤디]
신사

[브라운]
그들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앤디]
친구들, 여기를 봐!
거지야!

[잭]
내가 도와줄 거지!

[브라운]
낮은 곳에 머무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라
자신을 내세우지 말아라

[잭]
신사의 도리

[앤디]
오, 잠시 실례.

[브라운]
죽음을 무릅쓰고 숙녀를 위해
온 몸을 던져라
보상을 기대하지 말아라

[앤디]
신사의 도리

[시민]
도둑이야, 도둑!

[잭, 앤디]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예의를 갖춰라
아무도 차별하지 말아라

[브라운]
신사의 도리

[잭, 앤디]
신사의 도리 신사의 도리

[시민]
도둑 잡아라, 도둑!

[브라운]
그 어떤 시련들이 닥쳐와도
끝까지 버틴다
절대로 물러나지 않는다

[도둑]
니들은 뭐야!

[잭]
방황하는 자들을 인도하는
희망의 나침반

[앤디]
한 여자만을 향해 돌진하는
사랑의 기관차 뿌 뿌

[브라운]
어리석은 자들을 응징하는
정의의 파수꾼

[신사들]
혼탁한 이 세상 어둠을 밝히는
우리는 이 시대 마지막 햇살

[잭]
잭!

[앤디]
앤디!

[브라운]
브라운!

[신사들]
우리는 신사 중의 신사

[잭]
명예를 위해

[앤디]
사랑을 위해

[브라운]
정의를 위해

[신사들]
우리는 신사 삼총사

[잭]
브라운.
정말 대단한 활약이었지 뭐야.

[브라운]
난 주어진 운명을 따랐을 뿐이라네.

[앤디]
오늘따라 그 넥타이가
자네의 온화한 성품을 한층 더 빛내주는걸.

[브라운]
자네의 그 자켓 역시 세련된 매력의 대변자라구.

[잭]
그나저나 아침부터 경찰서엔 무슨 일인가?

[브라운]
아주 중요한 손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네.
미안하네. 서두르는 게 좋겠어.

[잭]
언제봐도 교양과 품위가 넘치는 친구야.

[앤디]
바로 우리처럼.

[브라운]
순결한 양심

[앤디]
거룩한 운명

[잭]
숭고한 희생

[신사들]
우리가 바로
우리가 진정
신사의 도리


이건…. 귀여워서 가져왔다. 잭, 앤디, 브라운 같은 이들을 남자친구로 사귀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있다.



사랑은 마치

https://youtu.be/GWzd1VBLWJI?si=eBufdOmIw2pgHt1Z​​


[안나]
이른 아침 온 세상에
안개가 자욱해도
오후에는 어느샌가
햇살이 눈부시죠

하루종일 비가 내려
기분이 울적해도
언젠가는 맑게 개어
무지개를 만나죠

사랑은 마치 마치
오늘의 날씨처럼
흐렸다 환해지고
추웠다 따뜻해져

사랑은 마치 마치
노을진 하늘처럼
노랗게 물들었다
빨갛게 피어나죠

두둥실 떠다니다
스르륵 흩어지는
구름의 모양을
하나로 말할 수 있나요

투명한 아침부터
어두운 새벽까지
하루의 빛깔을
어떻게 정할 수 있나요

사랑은 마치 마치
어린 아이들처럼
끝없이 자라나고
새롭게 변해가죠

사랑은 마치
우리의 만남처럼
예상할 순 없지만
기대하게 만들죠


레드북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을 생각하게 하는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 이번에 돌아오니 보고 생각을 깊게 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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