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누구나 날 수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은 중력에 달렸다고?
Where I come from, we believe all sorts of things that aren't true. We call it history.
내가 온 곳에서는, 우린 진실이 아닌 모든 것들을 믿는다오. 우린 그걸 역사라고 부르지.
*뮤지컬 위키드의 전체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는 “Popular”와 “defying gravity”를 참 좋아한다. 망설이고 있을 시절에, 나에게 힘을 준 넘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극 안에서 두 넘버가 나와 내 삶에 깊이 스며들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야기를 편하게 하기 위해 몇 가지 넘버는 살짝궁 제외하고 글을 쓰겠다.
나를 찾고 싶다면 서쪽하늘을 봐
자첫자막한 손엘피 나글린다!
이 뮤지컬은, 소외되던 친구와 인싸인 친구가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한 뒤, 각자의 엇갈린 역사가 남긴 이야기로 시작된다.
No One Mourns the Wicked
뮤지컬 위키드의 첫 넘버,
누구도 악을 애도하지 않는다.로 시작되는 이야기.
https://youtu.be/HgwOx31 qsK4? si=BYRFRnuFMIwLt58 L
https://youtu.be/znncSXI0 TZo? si=sY44 aTyVs44 yiumM
영화 버전이 좋았던 건, 뮤지컬에서 볼 수 없었던 글린다의 표정이 생생하게 보였던 것이다.
실제로 남겨진 역사와, 그 뒷이야기가 얼마나 다르고 또 따뜻하면서 위선적인지에 대해.
엘파바는, 마법사님을 만나면 자신의 피부도 평범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이때 부르는 넘버가
“마법사와 나“(Wizard and I)
https://youtu.be/G4 lTdCQSDiI? si=XLD07 PgC3 MJtGHFm
https://youtu.be/oM3 rucUUJYs? si=uAOA_-jXgYnRKcwq
글린다는 글린다일뿐이다, 한 명 따로 놓고 보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없다. 엘파바도 따로 놓고 보면 이렇게 사랑스러우며 박식한 이가 없다. 그저, 그녀들의 시선에서 규정된 첫인상이 나빴을 뿐.
이는
“낯선 이 느낌(일명 밥맛송)”(what is this feeling?)
에서 드러난다.
https://youtu.be/5 HxMGPSHtVA? si=Oq2 dZJ0 cKJU0 CoNN
https://youtu.be/2 n5 tHPFpOnI? si=trurPp25 Ynbd-n_o
글린다는 명예욕이 있는 학생으로, 마법 재능이 없지만 인기 많고 사랑스러우며 예쁘다(중요!) 상대가 뭘 원하는지, 그걸 어떻게 만족시켜 주는지 아는 매력만점 사랑스러운 인싸! 엘파바와의 첫 만남 때는 그녀의 초록피부를 동정하며 마법으로 고쳐주겠다는 말도 한다.
엘파바는, 어릴 적부터 사랑받지 못한 비운의 캐릭터. 영화판에서는 마법학교도 네사로즈를 데려다주다 우연히 마법재능이 모리블의 눈에 띄어 입학하게 됐다.
그녀들의 관계에서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되는데, 글린다가 가장 인정받고 싶어 하던 모리블 학장님께 인정받은 것이 자기가 가장 동정하던 엘파바라는 것이, 글린다 그녀에겐 부러움을 사게 된 계기가 된다.
“그래, 이 느낌 뭐지? 내 친절이 필요가 없어? 모두가 사랑하는 나, 글린다의 사랑을 거부한다고?”
“그래, 이 느낌 뭐지? 저 가벼워 보이고, 나를 함부로 대하는 저 아이는? 나를 동정해?”
“밥맛, 총체적으로 넌 밥맛! 넌 정말 진상!”
글린다는 엘파바를 골려주기 위해 계략을 꾸몄지만, 자신을 위해 모리블 학장님의 마법수업을 양보해 주었다는 것을 알고, 엘파바와 함께 춤을 추며 단짝 친구가 된다.
내가 “위키드” 이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자의 적은 여자”의 구도가 없기 때문이다. 글린다와 엘파바는 서로 싸우고, 부러워하고, 미묘한 감정싸움과 기싸움을 하지만 둘은 서로를 결국 이해하며 친구가 된다.
뭐, 옆동네 제네바에서는 너의 꿈속에서 외치며 빅터 프랑켄슈타인 대신 앙리 뒤프레가 죽어주는데… 우리도 여자의 우정 보여줘야지…
그리고 잘 나가는 법을 알려주기 위한 글린다의 엘파바를 위한 레슨. 유노윤호 뺨치게 유익한 파퓰러 전공 교수님의 넘버.
https://youtu.be/oOlpIJlwXr8? si=FUaObg-CyBn1 UzBQ
https://youtu.be/-TVeCYSigNk? si=Dr6 KggcyvV_rkz5-
https://youtu.be/0 dg2 HvHjDAc? si=W0 GJvvdhH-j-9ul5
톡톡 튀는 글린다의 성격을 보여주는 넘버! 여기에서 느껴지는 글린다의 매력이 사랑스럽다.
우울함을 몸에 두른
안타까운 인생들은
삶의 개선을 위해
알아둬야 해
이 세상 유명인사나
소통의 아이콘들이
아이큐가 높았을까?
천만의 말씀!
여기에서 느껴지는 글린다의 파퓰러 전공다운 철칙! 그저 예쁜 척 잘 나가는 척이 중요하다며, 겉모습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남겨준다. 의외로 생각이 없는 친구는 아니었던 부분…
또, 엘파바는 글린다의 레슨을 잘 받아
*+. 샤방샤방.+*
을 주야장천 했었다는 귀여운 사실.
나는 어릴 적 자주 소외되던 편인 학생이었어서 제일 먼저 마음이 이끌린 캐릭터는 엘파바였다. 텐션이나 목소리는 글린다와 어울렸지만, 어딘지 모르게 내 마음을 자꾸 건드리는 캐릭터는 엘파바였다.
그리고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넘버,
“Defying gravity”
https://youtu.be/_ouCDq7 Q-bQ? si=1 Z6 nS9 fOCVV3 QLoe
https://youtu.be/qemetmTzkeE? si=-CaFf3 uGXzfMDaIh
한계는 무너졌어
내 길을 갈 거야
시도하기 전엔
그 누구도 알 수 없어
너무나 오랫동안
두려워한 것 같아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랑 잃을까 봐!
행복을 빌어
네가 선택한 길
너도
너를 축복할게
다 이룰 수 있기를
후회 따윈 없기를
행복해야 해, 친구야
너의 행복을 빌게
나를 찾고 싶다면 서쪽 하늘을 봐!
누군가 얘기했지,
한 번쯤 날개를 펴라고!
홀로 날고 있지만 나는 자유로워!
이제는 너무 멀리 와버린 거야!
전해줘 나 모든 걸 떨쳐내고
저 끝없는 세상을 본다고!
나는 꼭 돌아온다고!
이 오즈에, 그 누구도
어떤 마법사도 나를
끌어내릴 순 없어, 이젠!
나는 이 넘버를 듣고 해방감을 느꼈다.
받아야 할 사랑은 스스로 주는 것이다. 스스로의 목표를 믿을 사람은 스스로 밖에 없으니.
여러 일이 있고 난 후, 제일 좋아하는 넘버 중 하나인
“for good”
https://youtu.be/jhAUtScjJe8? si=IPBx1 xPPbq7 QXpeD
https://youtu.be/6 qsHRhDqCGY? si=u0 S7 m_0 BkXR_JMlw
https://youtu.be/lUlYIIqH2 sk? si=rTboKQ9 lJl-BU1Y-
항상 너의 곁에서 널 지켜줄게.
난 너로 인하여, 달라졌어. 내가.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장면이다. 나는 이 넘버를 참 아끼고 사랑한다. 같이 부를 수 있는 친구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결국, 많은 배신을 당한(No good deed) 엘파바는 서쪽의 나쁜 마녀로 남는다. 선행이 좌절되어, 더 이상의 선함은 없다고 선언하는 엘파바가 참, 안쓰러웠다. 이런 와중에도 글린다와 우정을 나눈 엘파바가 또 애정이 가고…
이 때로 돌아간다면, 더 깊게 감상하려고 노력할 거다. 이번 위키드 내한 공연은 언어의 장벽이 있어 고민 중인데, 보러 갈 수 있다면 최대한 보러 가는 쪽으로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