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중이시거나 비위가 약한 분들은
마지막 문장만 읽으셔도 충분합니다.
뿡, 뿡, 뿌웅~~~~!
독일집에 도착해 내 방에 들어서면,
괴산아저씨는 기어코 세 번의 가죽 피리를 불어 재낀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저의 서방이 확실합니다. “
내가 어릴 때 한 TV 프로그램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국군 장병 아저씨들이 무대 뒤 어머님의 목소리만으로 서로 자기 어머니가 확실하다고 외쳐대던 장면 말이다.
그들은 목소리로, 나는 방구 소리 하나로 내 서방을 찾아낼 수 있다니. 그래.
둘 다 듣는 감각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 하나?
언제나 그렇듯 어김없이 가자미 눈으로 그를 째려봤다.
그리고 늘 똑같은 그의 레퍼토리.
비행기를 타면 다 그렇다는데…
글쎄. 정말일까?
꼈다고 인정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대부분은 “내 아니라.”를 외치며 도망간다.
뭐, 괜찮다.
우리는 원래 말초적인 비언어로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니까.
나는 옳다쿠나,
그를 붙잡아 코너에 몰고,
누가 더 독한 스컹크인지
대결을 벌이곤 한다.
20년 차 부부가 초딩으로 퇴행하는
찰나의 순간들.
그날 저녁도 식사를 마친 아저씨는
어김없이 발코니로 향했다.
비가 와서 벤치가 젖었을 텐데,
꿋꿋이 앉아 있는 모습이 이상해 나가 봤다.
아니나 다를까,
거기서 2차전이 한창이었다.
소리가 꽤 우렁찼다.
기가 막혀 쳐다보니,
“여 쿠션이 젖어있어가꼬. 니 대신 내가 말리줄라꼬.”
(여기 쿠션이 젖어 있네.
네가 말리느라 수고하는 대신,
내가 말려주는 중이야.)
사투리를 표준어로 바꾸는 작업 중에
현타가 밀려온다.
이제 저 쿠션을 어쩐단 말인가.
하나밖에 없는데.
말이라도 말지.
자칭 실용주의자는
공기마저도 조절 중이었다.
“환경도 지키고 에너지도 절약해야제.”
당당히 말했다.
이쯤 되면 그냥 패배를 인정하고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아저씨가
기어코 다시 앉으라는 것이 아닌가.
“금방 지나가여.”
“뭐가 금방 지나가는데?
빤스 확인해 봐라. 뭐가 나와도 나왔겠다.”
“아니라. 모함하지 마소.”
나는 질색팔색을 하면서도
결국 또 그 옆에 앉았다.
이게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밤은 깊어가고,
우리의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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