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댕기오꾸마”
괴산아저씨가 독일 과자를 사러 나갔다.
그런 게 아저씨 취미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려가 공동현관을 열었다.
그때 독일 우체부 아저씨를 마주쳤다.
둘은 서로 잠시 놀랐다.
이내 곧 우체부 아저씨가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고 한다.
아저씨 덕분에 벨을 누를 필요가 없어진 그는 일을 수월하게 하고 떠났으리라. 그 다음날.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하필이면 나도 K도 집에 없을 때였다.
아들과 한창 컴퓨터 게임 중이던 아저씨는 울리는 벨소리에 어쩔 줄 몰라 당황을 했더란다.
“누꼬? 아무도 올 사람 없는데…
뭔 일이고?”
아들도 영문을 모르긴 매 한 가지.
발코니 문을 열어 무슨 일인가를 봤는데
우체국 트럭이 있었다고 한다.
“이상하다. 뭐 올끼 없을낀데. 뭐지?
아들. 집에 뭐 올 꺼 있나?”
또 한 번의 초인종 소리.
인터폰이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말도 안 통하고, 한국의 인터폰처럼 화면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저씨는 1층 공동현관으로 내려갔다.
반투명 유리 너머로 거뭇한 형체가 보였다고 한다.
뭐지? 하고 문을 열었더니,
어제 본 그 우체부 아저씨가 서 있더란다.
우체부는 또 당신이냐는 듯이 겸연쩍게 웃어 보이고,
독일말로 뭐라고 말을 했다.
물론 아저씨가 그걸 알아들을 리 없었다.
서로 말이 안 통하는 사이.
우체부는 택배에 붙은 이름을 가리키며 맞냐고 했고,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받아 들었다고 한다.
“고마마. 내 당황스러버서 죽는 줄 알았데이.
뭐 올끼 있으믄 있다 했어야지.”
내게 전화를 해서 볼맨 소리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이 그럴 리 없는데 희한한 일이었다.
며칠 걸릴 거라 예상했는데 웬일로 초스피드였다.
하루 뒤, 그날도 아저씨가 집에 있었다.
“띵동 띵동. ”
또 벨이 울렸다.
“또 뭐꼬?”
올 게 없으니 버텨보았지만, 반복되는 초인종 소리를 무시하지 못했던 아저씨였다.
어제와 같은 검은 형체의 실루엣.
순간, 아저씨는 알았다고 한다.
“또 그 친구구만. ”
역시 아저씨의 예상은 정확했다.
그 흑인 우체부 아저씨였다.
그들은 또 단 둘 뿐이었다.
우체부 얼굴엔 슬슬 짜증이 비쳤다고 한다.
원래 수취인이 묵묵부답이어서 무작위로 벨을 누르던 중이었다.
우체부와 아저씨.
3일째 만남이었다.
우체부는 또 말을 걸었다.
물론 또 못 알아들었다.
둘 다 어설픈 영어시전에 들어갔다.
“당신은 어디에 살아요?”
“내는 이층 사람인데요.”
우체부는 아저씨에게 수취인을 보여주며,
이거 1층 사람 거네. 바로 이 집이라며
굳이 아저씨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한다.
아저씨는 환하게 웃어주었다.
‘아이고. 고생이 많네요.
근데 내한테 뭣을 그리 설명을 할라고 할까나.
내는 괘아는데.’
우체부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츄스(Tschüss)”
다정히 인사해 주는 아저씨였다.
집에 돌아온 나에게 아저씨는 바로 이 말부터 했다.
“내 여기 친구 생깄다. DHL 가이라고. 있다.”
3일 연속 만나면 인연이라며 흐뭇하게 웃는 그였다.
우체부 아저씨를 도와준 것이 그에게도 좋은 추억이 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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