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까지 열어 줄 수 없어요

by 김미현


독일의 카니발.

온갖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공주도 있고, 해적도 있고, 공룡도 있다.


그들이 카니발을 하든 말든 내 삶은 달라질 게 없다.

여느 때처럼 커피 한 잔을 하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길목이 막혔다.

경찰이 모든 진입로에 서 있었다.


‘뭐꼬, 이거. 무슨 일 났나. 설마 테러?’


경찰이 다가오길래 물었다.


“여 우리 집인데요. 집에 가야 되는데요. 무슨 일이래요?“


“안 됩니다. 카니발 행진 때문에 5시까지 열어줄 수 없어요.”


“예? 그럼 저기가 집인 사람들은 우짜라고요?”


“신문에 이미 통보했을 겁니다.”


“그 통보에 이 골목은 안 들어가 있었는데요. 갑자기 이래 막아 뿌리면 우짜라고요? “


“매년 하는 행사입니다. 컴플레인하실 거면 관할 구청에 하세요.

우리는 지시받은 대로 할 뿐입니다.”


혈압이 터지는 소리가 귀에서 삐 하고 났다.

속으로 니기럴을 몇 번 되뇌며 차를 돌렸다.


뒤를 보니 나처럼 방향을 틀고 있는 차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너그들도 집에 못가나?”


그걸 보며 혼잣말을 하니 이상하게 화가 조금 누그러졌다.

억울함도 나눠 가지면 조금은 가벼워지는 모양이다.


일은 이미 벌어졌고 머릿속은 바빠졌다.

선택지가 세 개 떠올랐다.


하나. 옆 동네에 주차하고 트램을 탈까.

둘. 다섯 시까지 네 시간을 밖에서 버틸까.

셋. 이 김에 다른 도시나 잠깐 갔다 올까.


골라야 했다.


첫 번째는 패스.

저녁에 또 트램을 타고 차를 찾으러 가기가 귀찮았다.

세 번째를 하려니, 어라! 난데없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빵집 2층으로 피신.


예전 같았으면 짜증이 나를 삼켰을 거다.

지금은 다르다.

그걸 글로 쓰고 있다.


조금은 낫다.


옆에는 터키 가족이 앉아 있다.

네 명이다.

무슨 말인지 모를 말들을 쏟아 내고 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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