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던 골목들.
괜히 걷고 싶던 곳.
혼자 가도 이상하지 않던 장소.
모습은 다르지만
그 분위기가 퍽 닮아 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다가
1395년에 지어졌다는 빵집이 보여 들어가 봤다.
문 위의 종이 딸랑 울렸다.
“저 빵 하나 먹고 가도 될까요?”
은발을 가지런히 묶은 주인장이 부드럽게 웃었다.
너무 따뜻해서 꼭 캐러멜에 눈코입이 달려
말하는 것 같았다.
“이를 어쩌나. 우리는 실내에 탁자가 없어서요.
요 밑으로 한 300미터만 내려가면
실비아 카페라고 있는데요.
거기 가면 커피도 팔고 빵도 드실 수 있어요.
여기서 가까워요.”
이런 동네도 다 있구나 싶었다.
주인 할머니의 말대로 조금 내려가니
바로 그 카페가 보였다.
실비아라니.
이름부터 뭔가 예스러웠다.
또 어떤 백발의 할머니가 기다리고 계실까 하며
문을 열었는데
젊디 젊은 금발의 여자 종업원들이
바쁘게 커피를 나르고 있었다.
인디핑크 벽.
천장에는 꽃 모양 나무 널빤지들이
어슷어슷 모빌처럼 달려 있었다.
대형 화병에는 튤립 생화가 꽂혀 있었다.
자리를 안내받아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하고 앉아 있으니
아주 먼 곳으로 여행을 온 기분이 들었다.
사방에서 독일어가 들려왔다.
어차피 잘 못 알아들으니
오히려 해방감이 느껴졌다.
그 소리마저 음악처럼 들렸다.
주변을 휙 둘러보다
맞은편에 놓인 사탕통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람(gram) 당 무게를 재서 파는 건가 했다.
눈이 마주친 종업원에게 물었다.
“저 사탕은 어떻게 살 수 있어요?”
그녀가 활짝 핀 백목련처럼 웃었다.
“아, 저거요?
저건 판매용이 아니에요. 하하.
아이들 있잖아요.
동네 꼬마들이 학교 갔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 열고 들어와서 몇 개씩 집어가라고 둔 거예요.”
“정말요? 세상에. 너무 귀여워요.”
“드시고 싶으면 몇 개 맛보셔도 돼요.”
나는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은 없었지만
그 마을에는 이미
사탕을 나눠주는 어른이 살고 있었다.
그날 나는 그 마을을
‘독일의 삼청동’이라고 부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