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의 계절-프롤로그

드라마 같았던, 우리의 젊은 날 시작

by 연빈

한때 TV에서 드라마 **〈폭싹속았수다〉**가 인기였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이 흔들릴 법한 이야기였다.

화면 속 바닷바람과 거친 사투리가, 우리 둘의 지난 날을 꺼내놓는 것 같았다.

나와 웅이의 젊은 날과 겹치는 장면이 많아, 웅이는 매 회欠 놓치지 않았다.

“이거… 꼭 내 얘기 같다.” 그는 웃었지만, 눈빛은 오래전 기억 속에 잠겨 있었다.


한 여자만 바라보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일하는 남자.
그리고, 딸 앞에서는 한없이 무너지는 ‘딸바보’.

웅이는 조금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삼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고, 바로 다음 해 막내가 연년생으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 대신 할머니 손에 자랐던 그는, 언제나 스스로를 챙겨야 했다.


삼형제 중에서도 가장 먼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도,

IMF 한파 속에서 먼저 가장의 몫을 고민한 것도 웅이였다.

철없어 보이지만 누구보다 책임감을 짊어진 둘째.

그는 어린 시절부터 늘 그렇게, 보이지 않는 무게를 껴안고 살아왔다.


1990년대 초,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고,
곧바로 군대에 입대했다.

군복무 중, 상관이 “말뚝 박아라” 권했을 때
웅이는 하고 싶었지만, 그 시절 직업군인은 대접받지 못했다.
결국 가족의 반대에 제대했고,
곧바로 사촌형이 운영하는 가구회사에 들어갔다.


그 무렵, 그는 부산에서 인천으로 올라왔다.

손에 쥔 건 단돈 5만 원뿐이었다.

어른들이 늘 “둘째는 생활력이 강하다”고 하곤 했는데,
웅이는 그 말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꿋꿋하게 하루를 버텨내는…

그렇게 인천에서 작은 자취방을 얻어
가구회사에 다니며 묵묵히 삶을 이어갔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던 어느 날.

작은 자취방에 놓인 낡은 컴퓨터 한 대.

인터넷 선을 꽂고, 모뎀에서 삐삐- 치직- 소리가 흘러나올 때면

그 역시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시기에—

낯선 채팅방에서 나를 만났다.


늦여름, 작은 모니터 속에서 반짝이던 그 한 줄 인사가

이후 내 인생을 바꿔놓을 줄은 그때는 몰랐다.


웅이는 그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을 보며 말했다.

“참… 남 얘기 같지가 않다.”

나도 그 드라마를 보며 생각했다.


우리는 종종 드라마 속 주인공을 꿈꾼다.
하지만 돌아보면, 이미 각자의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이 되어 있다.


이 글은 그런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다.


누구의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한 채,
소소한 듯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피어난다.


그 작은 이야기들을,
이제는 혼자만의 기억이 아닌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이야기로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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