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라는 이름의 예능, 그 반쪽짜리 체험에 대하여
'진짜 사나이', '강철부대' 같은 병영 체험 예능 프로그램들이 한때 큰 인기를 끌었다. 연예인들이 군복을 입고 땀 흘리는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누군가에게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예능은 예능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90mm 무반동총 주특기를 받고 강원도 화천 7사단에서 복무했던 군필자의 눈에는 어쩔 수 없이 그 반쪽짜리 진실이 보일 수밖에 없다.
예능 프로그램은 늘 '훈련'의 고됨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유격 훈련의 PT 체조, 화생방 훈련의 고통, 각개전투의 긴박함. 시청자들은 그 짧고 강렬한 장면들을 보며 군 생활의 전부를 상상한다. 하지만 실제 군 생활에서 훈련의 가장 힘든 부분은 훈련 그 자체가 아니다.
물론 전술 훈련은 힘들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나름의 재미와 성취감도 존재한다. 유격 훈련의 각 코스는 개인당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순간적인 스릴에 가깝다. 예능은 바로 이 '순간'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군필자들은 안다. 진짜 지옥은 그 순간이 아니라, 그 순간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끝없는 반복에 있다는 것을.
실제 훈련의 고됨 90%는 다른 곳에 있다. 야외에서 천막을 치고 주둔하고, 다시 걷어서 개인 장비를 일일이 분배해 짊어지고 이동하고, 또다시 천막을 치는 과정을 일주일 내내 반복하는 것. 얼굴의 위장크림조차 제대로 지우지 못하고, 씻을 곳이라곤 차가운 개울밖에 없는 산속에서 버텨내는 그 '생활' 자체가 진짜 훈련이다. 유격 훈련이 힘든 진짜 이유는 코스가 아니라, 유격 훈련장까지 장비를 모두 짊어지고 가는 행군과 훈련이 끝난 뒤 부대로 복귀하는 행군, 그리고 그곳에서 천막을 치고 자는 야전 생활 때문이다.
예능은 이 모든 과정을 간소화하거나 아예 건너뛴다. 심지어 차를 타고 훈련 장소까지 이동한 뒤 촬영을 시작한다. 훈련이 끝나고 부대로 복귀했을 때, 평소에는 전혀 안락하지 않던 내무실이 천국처럼 느껴지는 그 감각. 그것이야말로 진짜 훈련의 무게를 증명하는 것인데, 예능은 결코 그 깊이를 담아내지 못한다.
나는 90mm 무반동총을 다루는 중화기 중대 소속이었지만, 주특기의 특성상 늘 다른 소총 중대에 배속되어 훈련을 받았다. 직사화기라 사거리가 짧아 박격포와 함께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이방인이었다. 훈련의 고됨은 함께했지만, 밥을 먹거나 장비를 정비할 때는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눈치를 봐야 했다. 결국 식사 시간이 되면 전 대대가 모인 훈련장에서 우리 중대가 있는 곳까지 한참을 이동해 밥을 먹고, 다시 소총 중대로 복귀해야 했다. 남들보다 더 많이 걷고, 더 적게 쉬어야 하는 이중의 고됨이었다.
군대란 원래 그런 곳이다. 소수 인원은 주가 될 수 없고, 고생과 대접이 같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보이지 않는 설움과 불합리함이야말로 군 생활의 진짜 스트레스다. 예능은 이런 디테일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모두가 함께 땀 흘리고 끈끈한 전우애를 나누는 모습만을 비출 뿐이다.
그렇기에 연예인들이 며칠간의 체험 끝에 "이제 군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할 때,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경험한 것은 군대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 그것도 가장 예쁘게 다듬어진 꼭대기일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