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이야기 파트2

서경석의 분노, 군필자만 아는 그날의 진실

by Yong

물론 난 꽤 오래전 군대를 경험했고 현재의 군대는 많이 좋아지고 편해진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군대를 내가 알지는 못한다. 요즘의 군대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들었을뿐이다.


서경석의 분노, 군필자만 아는 그날의 진실


병영 체험 예능을 그저 예능으로만 즐기면 그만이지만, 때로는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장면과 마주치게 된다. '진짜 사나이'에서 방영되었던 한 장면은, 군필자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되며 예능이 군대의 본질을 얼마나 쉽게 왜곡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았다.


'명령 불복종'이라는 이름의 오해


그날의 상황은 이랬다. 철조망 관련 훈련을 마친 뒤, 실제 사병들이 촬영 때문에 발생한 추가적인 정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육군사관학교를 중퇴하고 사병으로 복무까지 마친 서경석은 그 고됨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자신도 남아 돕겠다고 했다. 하지만 방위 출신이었던 김수로를 비롯한 다른 출연자들은 "우리는 빠져도 된다"는 식으로 그를 말렸다. 그 순간, 서경석은 얼굴이 빨개지며 "난 안 간다"고 버텼고,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제작진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서경석의 분노를 그저 이전 대결에서 패배한 것에 대한 뒤끝으로 해석했고, "게임에 져서 화가 났다"는 식의 어이없는 자막을 내보냈다. 하지만 군필자들은 그의 분노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명령 불복종이나 유치한 승부욕이 아니었다. '촬영'이라는 이름 아래 연예인들은 쏙 빠지고, 결국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짜 고생을 감당해야 하는 실제 사병들에 대한 미안함과, 이 불합리한 상황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주변에 대한 울분이었다.


이 사건은 군필자와 미필자의 시선이 얼마나 다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군필자는 '저 고생을 누군가는 실제로 감당하고 있다'는 현실의 무게를 알지만, 미필자에게 그것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예능의 한 장면에 불과했다.


이 장면의 영상에는 지금도 수많은 군필자들이 "서경석의 진심을 이해한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예능이 왜곡한 진실을, 경험을 공유한 이들이 댓글 창에서 바로잡고 있는 셈이다.


군대는 '할 만한 곳'이라는 위험한 착각

이러한 왜곡은 비단 한 장면에 그치지 않는다. '진짜 사나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미필자들, 특히 여성 시청자들에게 군대에 대한 위험한 착각을 심어주었다. 실제 군 생활의 90%를 차지하는 지루한 대기와 이동, 행군과 야외 숙영의 고됨, 씻지도 못하는 비위생적인 환경 등은 대부분 편집된 채, '힘들지만 보람 있는 훈련'과 '끈끈한 동기애'만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투식량마저 그렇다. 실제 훈련에서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낡은 전투식량이 보급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방송에서는 군이 홍보하고 싶은 최신형 전투식량이 등장한다. 이런 단편적인 모습들만 접한 시청자들은 "군대, 생각보다 할 만한 곳이네"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할 만함'은 진짜 고통이 거세된, 잘 짜인 각본 위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어차피 본인이 직접 겪기 전에는 그 실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같은 군필자끼리도, 심지어 같은 주특기로 복무했어도 부대 환경에 따라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군대다. 내가 복무했던 강원도 화천 7사단의 산악 지형은 일상 자체가 훈련일 정도로 고된 환경이었다. 하지만 그 고됨을 다른 부대 출신에게 설명해봐야 "어느 군대나 힘들다"는 말로 돌아오거나, 흔한 군대 허세로 치부될 뿐이다. 하물며 예능 프로그램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군대를 안다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어불성설인가.


군대 예능은 다큐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진실을 왜곡하며 얄팍한 이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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