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이 무기가 될 때

by 세현

처음엔 다정함이 가장 큰 힘이라 믿었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기다리고 그리고 배려하는 마음이 결국 모든 걸 지탱한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그 다정함이 나를 무너트리고 말았다.

내가 건넨 온기는 상대방의 무심함이라는 냉기로 돌아오고, 그 냉기는 나의 마음을 점점 식어가게 만들었다.

내가 참았던 말들은 미움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고,

결국 가장 큰 힘이라 믿었던 다정함은 내게 가장 큰 무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다정한 게 뭐가 나쁜 거냐고

하지만 그 다정함은 항상 대가를 기다리고,

상대가 알아주지 않을 땐 그 마음은 천천히 자신을 베어버린다.

그럴 때 나는 스스로를 달래며 더욱더 무너져 간다.

그때는 몰랐다. 다정함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사랑받기 위해 다정했던 것이 아니라,

잃지 않기 위해 다정했던 것이라는 걸.


다정함은 결국 나를 지키는 방법이 아닌,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들이대는 방패라는 것을.

그러나 그 방패는 결국 칼로 변하고,

그 칼의 끝은 나에게 돌아왔다.

그 다정함을 거두는 법을 몰라, 나는 오랫동안 나를 탓하였다.


이제는 안다.

모든 다정함이 옳은 행동은 아니라는 걸.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도, 말없이 떠나는 것도 다정함이라는 걸.

나를 지키는 다정함은 상대를 향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향한 것이다.


이제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다정해지고 싶다.

누군가에게 맞춰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켜낼 수 있는 정도의 따뜻함으로,

다정했던 마음이 무기가 되지 않도록,

그 마음의 끝을 조금 바꿔보려 한다.

그게 아마,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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