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온기

by 세현

사람이 떠난 자리는, 생각보다 조용하다.

처음엔 숨이 막힐 만큼 텅 비어 있지만,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면 그 자리에 낯설지 않은 공기가 머문다.

그 공기엔 그 사람이 남기고 간 말, 웃음, 눈빛이 은근히 섞여 있다.

그렇게 마음은 좀처럼 비워지지 않는다.


사랑이란 결국, 함께 있는 시간을 쌓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온도를 내 안에 새겨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별은 언제나 온도의 변화로 찾아온다.

문득 스치는 바람에도 그 사람의 체온이 겹쳐지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 한 줄에도 그 이름이 덧입혀진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고 말하지만,

사실 사라지는 건 얼굴과 목소리뿐이다.

그때의 마음은 다른 모양으로 변해

우리 안 어딘가에 조용히 머문다.

예전엔 그리움이었지만,

이젠 삶의 한 구석에서 나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드는 기억이 된다.


떠남은 끝이 아니다.

사랑이 관계의 형태로는 사라져도, 감정의 형태로는 여전히 남는다.

그리움은 마음의 깊이를 만들고, 그 깊이는 결국 나를 단단하게 한다.


가끔은 문득, 그 사람이 지금 어디에서 어떤 얼굴로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없어도 괜찮다.

그리움이 꼭 다시 만남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으니까.

내 안 어딘가에 남은 그 따뜻한 온기가 아직 숨 쉬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사람은 떠나도 마음은 남는다.

그 마음이 아픔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젠 그 아픔마저 고마움으로 변해간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내 안의 풍경이 되어,

앞으로 만날 누군가에게 조금 더 다정해질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결국 이별은 상실이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또 다른 방식이다.

그 사람은 멀어졌지만,

그 마음은 여전히 내 안에서 조용히 살아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보이지 않는 온기로 하루를 산다.

keyword
이전 13화사라져서 남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