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예쁜 것들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벚꽃은 피는 순간부터 이미 흩날릴 준비를 하고, 계절은 손에 잡히기도 전에 스쳐 지나간다.
좋아서 자꾸만 듣던 노래도 어느 순간 질려버리고,
사랑했던 얼굴조차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흐려진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그런 사라짐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그 순간을 오래 붙잡아두려 한다.
끝이 있다는 걸 알기에 그 순간이 빛난다.
만약 모든 게 영원히 이어진다면, 우린 아마 지금만큼 소중하게 여기지 못했을 거다. 벚꽃이 일 년 내내 핀다면 봄을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테고, 해가 지지 않는다면 노을 앞에서 서성일 일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사라짐이야말로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사랑도 다르지 않다.
영원히 내 곁에 있을 줄 알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멀어지기도 한다. 남겨진 건 후회와 그리움뿐인데, 이상하게도 그 공허함 덕분에 오히려 더 깊이 사랑했음을 알게 된다. 사라져 버린 사람은 결국 내 기억에 남아, 시간이 흘러도 흔적처럼 따라다닌다.
그래서 이별조차 한 편의 장면처럼 아름답게 남는다.
사라짐은 두렵지만 동시에 위로를 주기도 한다.
지금의 아픔도 언젠가는 옅어지고, 상처도 결국은 흔적만 남긴 채 지나가 버릴 테니까. 길고 차가운 겨울 끝에 봄이 오듯, 사라짐은 늘 또 다른 시작을 몰고 온다.
나는 여전히 붙잡고 싶다.
끝내고 싶지 않은 순간 앞에서 머뭇거린다.
하지만 알 수 있다. 붙잡지 못하기에 더 간절하고, 사라졌기에 더 깊이 남는다는 것을. 언젠가 잊히더라도, 그 순간을 살았던 사실만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지는 노을을 바라본다. 웃음 뒤에 찾아오는 고요를 받아들인다. 그 모든 사라짐이 내 삶을 더 빛나게 하고 있음을 느낀다. 끝이 있기에, 사라지기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