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나무가 되고 싶었을까

by 세현

나는 오래전부터 나무가 되고 싶었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굳건히 버티며 살아가는 존재.

바람에 흔들리더라도 쉽게 꺾이지 않고,

계절이 바뀌어도 제 자리를 지켜내는 단단한 나무.

어릴 적에는 그 모습이 단순해 보였다. 그저 서 있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바라본 나무는, 그 모든 계절을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내는 대단한 존재였다.


강한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고,

눈보라에도 쓰러지지 않는 나무.

그 자리에 오래 서 있기 위해서는 땅속 깊이로 뿌리를 내려야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버텨야 한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깊이 뿌리내릴 수 있을까.

흔들리더라도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봄이 오면 나무는 꽃을 피워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여름에는 푸른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더위를 식혀주고,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잎을 흩날려 낭만을 선물한다.

나무는 한 해 동안 자신이 가진 것을 다 내어주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잠시 멈춰 서고,

사진을 남기고, 추억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나무는 달라진다.

가지에는 더 이상 꽃도 잎도 남지 않고,

앙상한 몸만 남아 매서운 바람을 견딘다.

사람들은 그 앞을 스쳐 지나갈 뿐,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더 이상 내어줄 것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순간,

나무에게 겨울은 가장 길고 가장 외로운 계절이 된다.


그럼에도 나무는 무너지지 않는다.

긴 겨울 속에서도 묵묵히 다음 봄을 준비한다.

겉으로는 텅 빈 듯 보여도, 땅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새싹을 틔울 힘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나무를 닮고 싶다.

누군가 지칠 때 기댈 수 있는 그늘이 되고,

아무리 차가운 계절이 와도 끝내 쓰러지지 않는 사람.

아직은 쉽게 흔들리고, 때로는 스스로를 지탱하는 것조차 버거울 때가 많지만,

언젠가는 나도 뿌리를 깊게 내려 누군가에게 따뜻한 계절을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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