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리 사랑하는지
드디어 왔다
고즈넉한 시간이
저마다 살아온 잎들이
인생처럼 낙하하는 그 시간이
나는 왜이리
추락하는 것들을 사랑하는지
토닥토닥 다독이는 봄비
내려앉는 눈송이
부서지는 꽃잎
유영하는 하이얀 솜털 -
이 모든 내려앉는 것들은
한 순간을 한 시절을
고요히 찬란하였다
그러니
떨어지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
생의 정점에 머물렀다가
하산하는 나이든 삶마저
사랑할밖에
가슴에 내려앉은
살아온 사연 한 점으로
막걸리 한 잔 기울이는 그 시간
세상을 관조하는
그윽한 시선을
찬란한 여정을 마치고
바람에 생을 맡기는
애잔한 그들에게
막걸리 한 잔 기울여
마음을 건넨다
추락이 끝이 아니니
시리지 않기를
너로 인해 충분히
행복했었다고
노을로 향해가는
나의 시간도
고요히 찬란했듯이
지나가는 젊음이 너무 싱그럽고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여드름난 얼굴도 그저 예쁘고, 찰랑이는 단발머리결이 또 그리 예쁘더라구요. 나이가 들고 있는거지요. 나도 참 예뻤겠구나 싶은 생각에 거울을 봅니다. 거울 속에는 생기넘치던 젊은 나는 없더라구요.
나의 시간을 고요히 담담히 되돌아 봅니다. 눈부시게 찬란한 빛이 나던 젊은 시간도, 설레임과 희망과 웃음에 달뜬 그런 순간도... 가만히 생각하니 저도 고요히 찬란하게 잘 살아온 것 같더라구요. 해질무렵 노을빛도, 은은한 달빛같은 시간도 모두 저의 시간들이니.. 아름답고 행복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거울 속 나이든 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