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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가을이 나를

이렇게 만든다

by 봄비

저기가 하늘이라고

구름이라도 한 결 떠다녀야지

투명한 하늘 탓에

마음 텅 비었나


시려진 가슴 모퉁이에

낯선 이름 하나 채우고 싶다

가을 내음 묻어난

울릴 줄 모르는 목소리를

숨죽여 기다려 보고 싶다


슬며시 어깨를 스치며,

너의 시린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임에 달뜬 손길로-


그렇게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처럼

수줍게 이 시절을

나누고 싶다


그리워한다는 건

채울 길 없는 화수분하나

가슴에 안고 사는 것


그리운 사람 없으면

그만일 것을


괜시리

가만히 잠잠하던 내 마음을

그리운 사람 없던 이 마음을

외로워지게


가을이 나를

그렇게 만든다






가을이 오니 괜히 누군가 보고 싶어 집니다. 누가 보고 싶은 건지 떠오르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빛으로 물든 길들을 누군지도 모를 그 그리운 사람과 걸어보고 싶어진 마음. 처음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레임도 느껴보고 싶어 지네요.


괜시리 트렌치코트 걸치고 걸어보고 싶어지네요. 그리운 그 누군가와 함께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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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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