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만든다
저기가 하늘이라고
구름이라도 한 결 떠다녀야지
투명한 하늘 탓에
내 마음 텅 비었나
시려진 가슴 모퉁이에
낯선 이름 하나 채우고 싶다
가을 내음 묻어난
울릴 줄 모르는 목소리를
숨죽여 기다려 보고 싶다
슬며시 어깨를 스치며,
너의 시린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임에 달뜬 손길로-
그렇게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처럼
수줍게 이 시절을
나누고 싶다
그리워한다는 건
채울 길 없는 화수분하나
가슴에 안고 사는 것
그리운 사람 없으면
그만일 것을
괜시리
가만히 잠잠하던 내 마음을
그리운 사람 없던 이 마음을
외로워지게
가을이 나를
그렇게 만든다
가을이 오니 괜히 누군가 보고 싶어 집니다. 누가 보고 싶은 건지 떠오르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빛으로 물든 길들을 누군지도 모를 그 그리운 사람과 걸어보고 싶어진 마음. 처음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레임도 느껴보고 싶어 지네요.
괜시리 트렌치코트 걸치고 걸어보고 싶어지네요. 그리운 그 누군가와 함께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