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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하찮은 사랑

feat. 꽃게

by 봄비

까닭모를 생채기 내는 일이

사랑일까 인생일까


어두운 상자 속 집게발로

서로 아까운 다리 잃어가던 너와,

나의 사랑도 닮아있었다.


차라리 그래야지

너의 집게발이 나를 향하는 순간

나의 집게발이 너를 향하는 찰나에

나는 너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비릿한 이 세상속에서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지막 몸짓이니까


너의 애잔한 다리라도

아프지 말라고

생명을 머금은 톱밥을 떨쳐내고

뜨거운 무덤 속으로 고요히 들어간다


언젠가 너도 그렇게 되려나


그럼에도

노을 속 빛이 사그라드는 순간이라도

안도하며 숨쉬길-

푸른물결 속 보듬던 순간을

추억하는 인생처럼






고백합니다. 저는 꽃게요리를 너무 좋아한다고요. 싱싱한 꽃게 한 상자를 사왔어요. 꽃게찜과 꽃게 탕을 준비한다고 상자를 열었지요. 집게발로 서로를 물고 있는 꽃게를 보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지 뭡니까.


그 순간, 꽃게를 보며 우리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말입니다.

그리고는 또 맛있게 꽃게를 먹는 저였습니다.

사는게 이런건가 봅니다. 깨달았다가도 제 욕심을 위해서 또 망각해버리는..

저만 그런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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