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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구절초 보러 가자고 2

피지 못한 계절

by 봄비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어진

울 아부지,


구절초 보러가자 하셨다


오늘도 내일도

미뤄지는 가을

가을은 슬그머니 겨울로 향해가는데

구절초가 찬서리 속에서도

견뎌내는 꽃이던가


이 가을 한순간 피어났던

울 아부지 소망이

언젠가 회한 가득한 슬픔으로

바위처럼 얹혀질까

이미 딸의 가슴에

체기로 남겨진 이 가을의 약속


서둘러 떠날 채비하는 이 가을이

아버지 때문에,

야속해진다


구절초가 피어나는

부녀의 가을자락 한 줌 품는 게

이리 어려운 일이었는지


가을의 들꽃은

알고 있을까

기다려줄까 --








아부지가 구절초 보러 가자고 하시고 3주가 흘렀습니다. 아부지는 이런저런 핑계로 약속을 어기십니다. 또다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신 거지요.


저는 어느 훗날에 지켜지지 못한 이 가을의 약속 때문에 슬퍼질까 봐 미리 애가 탑니다.. 하지만 억지로 할 수는 없는 일.


아래 시는 구절초 보러 가자시던 날, 아무 의욕도 없으시던 아부지가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신 것 같아 들떠있던 그 밤의 마음입니다.



#18. 구절초를 보러 가자고1 -약속의 계절

https://brunch.co.kr/@rainyspring/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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