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끔은....
개구리 소리 들리는 저녁 산책길,
그 낭만을 모르는 사람과
친구하지 않을래요.
초록벼들이 일렁이는 바람부는 논길.
그 길을 팔벌려 걸어보지 않은 사람과
친구하지 않을래요.
비를 가득 머금은 회색빛 낮은 하늘,
그 포근함 모르는 사람과
함께 걷지 않을래요.
낮아진 하늘 아래 세상이 동화처럼 포근한데
곧 후두둑 비가 떨어지며
내 마음을 적셔줄텐데,
그걸 모르는 당신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를테니까요.
바닷물이 꿉꿉하다며
몸 담글줄 모르는 사람,
그 출렁이는 물결이 몸을 감싸는 기분!
그 기분 모르는 당신은
나를 감싸주지 못할 것 같으니까요.
비의 낭만도 모르는 사람,
완전 자격 미달이에요.
비오는 날이면 세포마다 살아나
꽃이라도 꽂고 돌아다니고 싶은 나랑
어떻게 친구를 하겠어요.
길 막힌다고, 꽃구경 가자는 저를 말리는 사람,
차창 밖에 정다운 풍경들이 있는데
낯선 오솔길 끝 빨간 지붕집의 일상을,
꼬부라진 할머니의 소녀시절을,
길에서 만난 세상을 상상하는 일.
얼마나 재미난 이야기가 많은데
길이 막힌다고요.
목련꽃 지는 모습이 추레해서 싫다는 사람과
친구하지 않을래요.
하이얀 한복 곱게 입은 듯 꽃 필때는 좋다면서.
누구나 한창 때가 있는 법이잖아요.
늙어가는 나의 모습도 사랑해주지 않겠지요.
당신은 만년 청춘일 줄 아시나봐요.
너무나 많아요,
친구하지 않을 이유가.
그래서 저는 친구가 없나봐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 많은 개망초도,
나를 위해 콘서트를 여는 숲속 풀벌레도,
소나기, 여우비, 이슬비, 보슬비,
그 모든 빗방울도
내 평생의 친구니까요.
비밀인데요,
그럼에도 가끔은
비가 온다고 전화할
사람 친구 있었으면....
싶기도 해요.
독특한 취향일까요. 친구가 많지 않은 제 인생, 누구 탓을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