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때를 기다린다는 것

by 수영

첫째 아이는 참 천천히 자랐다.

아무 경험이 없는 초보 엄마가 개월수별 성장 도표를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든 말든,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이 뭘 해내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고 본인의 속도대로 컸다.

뒤집기부터 시작해서 혼자 앉기, 혼자 서기, 기저귀 떼기 등등 모든 것들이 또래 아이들보다 늦었다.

그렇지만 아이에게 자폐가 있거나 특별한 병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엄마의 마음이 까맣게 변할 때쯤 뭔가를 하나씩 해냈고, 그제야 엄마가 조금 안도를 하면 다른 부분에서 마음을 태우고를 반복했다.


아이는 감각이 예민하고 불안이 높은 아이였다

뭔가 불편하면 징징대거나 울어댔고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떼지 않으려 했다.

아이 발이 커져서 새 신발이 필요하면 꼭 아이를 데리고 가서 사야만 했다. 불편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이는 신발을 신은채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모든 것이 아이 마음에 들면 그제야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이후 어린이집 적응부터 학교 적응까지 수 없이 많은 성장 단계 단계에서 아이는 나의 마음을 새까맣게 태우며 정말 조금씩 컸다.

아이의 친구들이 나름 수월하게 해내는 것들을 두고 아이와 난 셀 수 없이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런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아이는 아직도 엄마는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이유로 힘들어하고 학교에서도 자주 운다.

그렇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조바심 내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노력해도 아이는 아이의 때가 되어야 자란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의 인생이 몇 개월뿐일 때는 뒤집기 같은 발달이 몇 달 늦어지는 것이 그토록 걱정이 되더니 아이의 인생이 12년이 되고 나니 몇 달 늦어지는 것은 정말 별게 아니었다

그러니 아이의 인생을 20년, 40년, 아니면 100년으로 보면 지금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리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정말 적었다. 아니 실은 없었는지도 몰랐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려주고 격려해 주는 것뿐.

그러면 아이는 결국에는 해내었다.

아이에게는 아이의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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