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 힘들다
심지어 까다로운 아이이면 육아 난이도는 진짜 상상 이상이다.
왜 징징대는지 모르겠는데 하루 종일 징징대고,
기껏 만들어준 음식은 한 입 먹어보지도 않고 맛이 없다며 안 먹고
내 옷은 만지작 거리다가 내려놓고 애 옷 사 왔더니 까칠 거려서 안 입겠단다
아니 아무리 애라도 정도껏 해야지, 내 새끼라도 이럴 땐 너무 밉다.
그런데 예쁘긴 또 진짜 예쁘다
힘들고 속상해서 누워 있으면 옆으로 와서 품 안에 파고든다
작고 귀엽고, 심지어 따뜻한 생명체가 품 안에 쏙 안기면 또 그게 그렇게 좋다.
짜증이 나면서 딱딱하게 굳어졌던 마음이 정말 스르륵 풀린다.
그래도 모른 척 눈 감고 있으면 등 뒤로 돌아가 그 조막만한 손으로 안마를 해준다
세상에 진짜로 시원하다.
아기 손에는 뭔가 신비한 주파수가 있는 건지 굳은 몸이 금세 다 풀린다
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들이 안마해 주면 '아이고~시원하다~'라고 하시던 말은
애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다
아이는 힘든 것보다 더 큰 기쁨을 주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예쁨과 기쁨' 말고도 육아의 정수는 따로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이었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 누구도, 심지어 스스로도 잘 몰랐던, 나의 약한 부분들이 그대로 다 드러난다.
잘 먹고, 잘 자고, 내 시간을 충분히 갖고 살던 나는 비교적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이후 잘 먹지도, 잘 자지도 못하고, 심지어 내 시간 따위는 사치가 되어 버리면, 그때부터 진짜 '나'가 여실히 드러난다
처음 몇 개월은 어찌어찌 버티지만 체력이 떨어지고 이어서 마음의 에너지까지 바닥을 치고 나면, 날카롭게 가시 돋친 말로 가족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다음엔 해야 할 일을 다 미뤄버리고, 심지어 아이의 필요마저 모른 척하며 누워서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는 스스로를 만나게 된다.
'엄마가 힘들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준이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예전에 아동학대 뉴스를 접했을 땐 '저게 인간인가' 라며 쉽게 욕했지만, 육아를 해 보니 그 사람들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 있다.
정말 나 자신의 바닥을 본다.
이런 나 자신이 너무나 싫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때부터 아이의 위로가 시작된다.
아이를 안아 올렸는데 갑자기 조막만한 손으로 내 등을 토닥인다
엄마가 본인을 재울 때 하던 손길을 기억했나 보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그때 그 손길이 너무나 고마워서 눈물이 핑~돈다.
나 조차도 사랑해 주지 못하는 나를 아이가 온 맘으로 사랑해 준다.
마치 이 세상에 나와 아이만 있는 것처럼 나만 바라보고 나만을 사랑해 준다
인생에서 자존감이 가장 낮을 때, 나를 온전히 사랑해 주는 사랑을 만나면 그때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진심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바닥에서 만나는 맹목적인 사랑이 나를 끌어올린다.
그것이 바로 육아의 묘미이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 만이 알 수 있는 깊은 사랑과 치유.
그래서 육아는 지독히 힘들고 돈도 많이 들지만 아이는 낳아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