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최종 목표는 독립이다
안다.
아이에게 조금씩 지분을 넘겨야 한다.
그런데 나 같이 불안쟁이 엄마들한테는 이게 너무 어렵다.
1부터 100까지 다 통제해야 안심이 된다.
아이가 신생아 때는 자는 아이 얼굴에 귀를 가져대 대고 숨을 잘 쉬고 있는지 몇 번씩 확인을 했었다
혹시나 내가 잠든 사이 아이가 숨을 쉬지 않을까 봐 직구로 아기용 산소포화도 기계까지 샀었다.
(그때는 이런 기계가 한국에 없더라, 이런 엄마가 또 없었겠지.)
아이 발에 산소포화도 기계를 감고 아이가 숨을 안 쉬면 핸드폰 알람이 울리게 세팅하고 나서야 난 겨우 불안을 내려놓고 잠들 수 있었다.
아이가 조금 커서 기어 다니기 시작하자 온 집을 다니면서 아이가 부딪칠 수 있겠다 싶은 곳엔 모서리 보호대를 붙이고, 그것도 안 되겠다 싶음 아예 가구를 통째로 버리기도 했다.
애를 재우고 나면 혹시나 깰까 등 돌리고 누워 핸드폰으로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아이 안전에 관한 물품을 사다가 집 안 곳곳에 설치했더랬다.
그러고 나서 아이가 걷기 시작하자 거금을 들여 온 집에 매트를 깔았다. 집 안을 탐험하는 아이에게, 다치니까 하지 말라고 하루 종일 소리 지르는 사태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아이가 커서 집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면서는 반드시 내 손을 잡고 걷게 했고, 아이가 뛰기 시작하면서는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게 아이 뒤를 열심히 쫓아다녔다.
킥보드? 불안쟁이 엄마에게는 어림도 없다.
내가 킥보다 타다 심하게 다친 아이들을 진료실에서 몇 번이나 봤는데!.
내 아이가 그렇게 다치는 것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쿵~내려앉았다.
육아에 있어서 아는 것과 진료실에서의 경험은 오히려 아이를 더 강하게 통제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첫째가 8살이 되어 학교에 가게 되었다.
아파트 단지 바로 앞 초등학교이고 아이 혼자 충분히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불안쟁이 엄마는 이런 걸 다 계산하고 이사 왔더랬다)
처음 몇 달은 열심히 데려다주고 데려왔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나의 불안이 아이의 독립을 막으면 안 되지 않겠는가.
아이가 혼자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조금씩 연습시키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이가 길을 잃으면 어쩌지 (바로 앞인데!)
혹시 교통사고가 나면 어쩌지 (길 곳곳마다 교통 안내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낯선 사람이 아이를 데려가면 어쩌지 (그래서 수십 번 넘게 상황극 했잖니!)
수많은 생각들이 왔다 갔다 했지만 내 불안 때문에 아이를 가두는 것은 안된다 독하게 마음먹고 결국 등하교를 혼자 하게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했다
'부디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도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주세요'
아이는 결국 내게서 독립해서 아이의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내가 아이를 계속 붙들고 있으면 아이는 자라지 못하고 꺾여버리거나, 아니면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을 감행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먼저 꼭 붙들고 있던 손을 조금씩 놔줘야 한다.
불안쟁이 엄마들에게는 쉽지 않은 숙제이다.
그러나 해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큰다.
내 불안을 넘어 아이가 혼자 설 수 있도록 조금씩 물러나야 한다.
오늘도 난 입 안까지 가득 올라온 불안의 말들을 꿀꺽 다시 삼키고, 집 밖으로 혼자 나가는 아이를 배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