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인생의 풍요로움은 아이 몫으로

by 수영

첫째 아이는 내가 제안하는 대부분의 것들에 ''싫어''라고 대답했다.

''수영을 다녀볼까?'' ''싫어''

''자전거를 배워볼까?'' ''싫어''

듣기는 하는 건지 일단 다 싫다고 대답했다.

억지로 뭔가를 시작하면 그만둘 때까지 나를 들들 볶아댔다

''내가 이걸 왜 해야 되는데? 안 가면 안 돼? 가기 싫다고!''

아이가 좋아하는 걸 제안해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종일 그리고 만드는 걸 지치지도 않고 하길래

배워서 하면 더 잘할 듯싶어서 미술학원을 제안했는데 단번에 싫다고 했다

''왜 싫은데?'' 물어보면 자기는 누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싫다고 답했다.


물을 무서워하는 아이가 학교에서 생존 수영을 배울 때

싫다고 얼마나 난리를 칠지 눈앞에 선명히 그려져서

수영을 억지로 배우게 했더니 갈 때마다 울었다.

1주일에 딱 하루 있는 오프를 아이 수영장을 데려다 주기 위해 썼지만

아이는 수영장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어색하게 있다가 선생님이 여러 번 요청하면 겨우 조금 따라 하다 말았다.

결국 몇 년을 그렇게 버티다가 내가 결국 백기를 들고 그만뒀다.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뭘 배울지에 대해서 내 뜻대로 결정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이 작은 생명체도 좋고 싫음이 분명해서 내 뜻대로 할 수 없었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은 별생각 없이 엄마 뜻을 따르지만 우리 집 첫째 같은 아이들도 있었다.

첫 아이 육아의 열정에 불타 올라 이거 저거 시켜보려던 나는 거센 저항으로 결국 다 실패하고 고민에 빠졌다

'억지로 시키면 어차피 배우려 들지도 않을 텐데, 나는 아이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시키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내가 아이를 아무것도 안 시키고 그냥 두는 것은 방관인가, 기다림인가?'

마음속에 이런 물음이 끊임없이 생겼다.


그러고 나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 인생의 풍요로움에 대한 것은 아이 몫으로 남기고 난 지금 당장 꼭 해야 하는 것만 신경 쓰는 것으로 말이다.

미술, 수영, 악기 이런 건 아이가 원할 때 배울 수 있으니 난 아이가 학교를 잘 다닐 수 있게 돕기로 했다.

어른들께 예의를 지키고, 친구들을 배려하고, 선행은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지금 배우는 것은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그것만 해도 사실 쉽지 않았다.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6학년, 지금도 학원은 전혀 안 다닌다.

대신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싫어'라고 거절하던 방과 후 수업을 몇 개 한다.

이번엔 배드민턴, 탁구, 미술 이렇게 3개를 신청했다.

그 교실들에 6학년은 자기 혼자라고 했다.

친구들은 이제 국영수 학원 다니느라 바쁘단다.

그렇지만 아이는 아이의 속도대로 조금씩 자란다.

베이킹에 대한 인터넷 강좌를 스스로 찾아서 배우기도 하고, 학교에서 단원 평가 시험을 볼 때면 3일 전부터 계획 세워서 공부도 한다.


때로는 아이가 여러 면에서 친구들보다 늦되서 걱정했으나 이제는 알겠다.

내 불안만 내려놓으면 아이는 아이의 길을 스스로 찾는다.

지금 당장의 모습 말고 긴 호흡으로 아이를 지켜보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은 스스로 찾아내고 기어이 자라난다.

그러니 아이를 믿고 기다리자.

아이 손만 놓치치 말고 아이를 토닥이며 우리의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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