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을 때는 좋고, 함께 하지 않을 때는 신나!

by 수영

아이는 참 신비한 존재이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너무도 예쁘고,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떼어놓고 나와야 할 때는 잠시 걱정되다가 매우 신난다.

(물론 믿을 만한 곳에 아이를 맡겼을 때 이야기다)

애를 맡겨놓고 남편과 둘이 카페에 앉아있으면 아무것도 안 해도 그렇게 설레고 신난다.

역시 자유는 빼앗겨봐야 그것이 소중한 걸 절절히 깨닫는다.


아이를 낳기 전 나는 매우 '나' 중심적인 사람이었다.

내 안을 살피고 스스로를 돌보는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써버려서 주위 사람들을 잘 돌아보지 못했다.

친구도 가족에게도 별 관심이 없었다.

연애할 때도 그 사람이 좋긴 했지만 여전히 '나' 중심적인 성향은 바뀌지 않아서, 나를 넘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인생 전체를 두고 이루어야 할 과업쯤 되려나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그 어려운 걸 단숨에 해냈다.

대단한 존재감을 뿜어내면서 단숨에 내 중심으로 들어왔다.

나 아닌 존재를 내 목숨보다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렇게 아이는 내 마음속 단단한 껍질을 깨뜨리게 해 주었다.


그렇게 아이와 둘이 한 몸처럼 지내는 찐한 사랑을 2년쯤 했다.

그러다가 아이가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내게서 한 발자국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중심이 깨지는 경험만큼 놀랍고 아팠다

그렇지만 또 아이가 대견했다.

아이가 내게서 멀어진 만큼 다시 내 마음에 '새로워진 나' 가 차오른다.

나를 깨고 나와서 나 아닌 다른 존재와 뜨겁게 사랑하고 다시 조금씩 내가 되는 경험이라니!

아이를 낳아본 부모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이로움이 아닐까 싶다.

그 사이에 아이도 나도 훌쩍 자랐다.

아이는 내가 평생을 발버둥 쳐도 도달할 수 없었던 곳에 나를 훌쩍 데려다 놓고 다시 자기 갈 길을 가려고 한다.


'함께 있을 때는 좋고, 함께 하지 않을 때는 신나' 는 신비로운 존재라니!

아이를 만난 건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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