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급하게 병원을 가야 해서 집을 나섰다. 마음은 바쁘고 정신도 없었다. 갑자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이벤트로 체험 상품 보내드립니다. OO 맞으시죠?”
“네. 어디세요?”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무엇에 홀린 것인지 개인 휴대폰으로 걸려 온 전화에 아무런 의심도 없이 체험 샘플을 보내 달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뿔싸.”
다시 걸려 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통화 중일 뿐 받지 않았다. ‘뭐지,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상품이 도착했다.
체험서에 체크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그런데 정품 화장품과 샘플이 함께 들어 있었다.
‘연세가 드신 분들은 이런 상황에 속아 넘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다음 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반품 신청을 했다. 말투는 단호했다. 반품할 회사 주소를 묻고 전화를 끊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나의 이름을 알고 있는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는 사실에 의심하지 않고 주소를 알려 준 것은 나의 실수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도 정품을 함께 보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자연스럽게 정품을 판매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 잊히다가 어느 순간 정품 가격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아무 의심 없이 행동하는 순간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하거나 정보에 취약한 연세 드신 분들은 이런 상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일은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고, 나는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의심’이 아니라 ‘확인’의 중요성을 배웠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 한 통, 무심코 건넨 한마디가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몸소 느꼈다.
이후로 나는 휴대전화에 스팸 차단 기능을 다시 점검했고, 주위분들께도 비슷한 사례를 이야기해 주었다. 특히 부모님께는 “혹시라도 이런 전화가 오면 꼭 나에게 먼저 물어보세요”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 나의 작은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예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저 불쾌했던 사건이 조금은 의미 있는 기억으로 바뀌었다.
세상은 여전히 조심해야 할 일들로 가득하다. 동시에 우리는 점점 더 배워 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실수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다음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날의 ‘아뿔싸’는 이제 ‘다음에는 더 현명하게’라는 다짐으로 남았다. 이번 일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