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by 반디

예전부터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편향적인 성향이 있어서 책을 읽을 때도 마음에 드는 작가의 책을 모두 찾아 읽거나, 드라마나 영화도 수십 번씩 돌려 보는 편이다.

감성이 충만하던 시절 제인 오스틴에 푹 빠져 그녀의 책을 거의 모두 찾아서 읽어보곤 했는데 책만으로 성에 차지 않아 영화로 나온 것이 있는지 이래저래 찾아서 보기도 했었다. 보통 원작을 따라가는 영화는 없다고 하지만 어떤 때는 책 속의 장면이나 분위기들이 영화를 보면서 더욱 풍만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녀의 작품 중에서도 '오만과 편견'을 너무 좋아해서 책도 책이지만 2005년에 나온 가장 최근 영화를 아직도 틈만 나면 돌려 보기도 하고 이전 버전의 영화들을 찾아서 비교해 보기도 한다. 제인 오스틴의 저서 대부분이 로맨스가 기본이요, 거기다 만고 불변의 남녀 공통 관심사인 결혼이 단골 소재니 어찌 푹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특히 여성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문득 몇 백 년의 간극이 있는데도 그녀가 살았던 가부장적이고 계급 중심적인 영국 사회와 현재 시대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드라마는 여전히 신파 같은 클리셰가 반복되고 있고,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성들, 제도에 꼼짝없이 묶여 사는 여성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

내가 본 제인 오스틴은 시대상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결혼을 중심축으로 제도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순들과 편향적인 사고들을 비틀어 일깨운다. 한참 로맨스에 푹 빠져 있다가도 퍼뜩 정신이 드는 이유다. 그녀의 작품을 여러 번 N차 재생하며 곱씹는 이유이기도 하다.

'엘리자벳'과 '다아씨'는 오만함과 편견으로 서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계속 삐걱대기만 한다. 우리가 상대방의 본모습을 보지 못하고 불신과 원망이 쌓여가는 과정을 잘 보여 준다. 겉모습과 내면이 다를 수 있음을, 내가 보는 모습이 다가 아님을, 상대방에 대해 내가 가진 믿음이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래서 오만함과 편견이 우리의 눈을 가려 오판할 수 있으니 그것들을 버리고 다시 한번 제대로 그 사람을 보라고 얘기한다.

삐걱대던 남녀주인공들은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오해가 풀리면서 결혼에 성공한다. 모든 오해는 결국 자신들의 오만함과 편견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리고 그것을 인정해야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일상에서도 참 버리기 힘든 것이 오만과 편견이다. 껌딱지처럼 버리려고 해도 눌러붙어 자꾸만 시야를 방해한다. 실제로 겉으로는 냉철해 보이는 사람들 중에 의외로 속이 여린 사람들, 무뚝뚝해 보여 선뜻 다가가기 힘든 사람들도 알고 보면 속 깊은 사람들이 많다. 내가 받은 혜택들이 소리 없는 선행인 경우도 있고,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나의 옹졸했던 생각에 몸 둘 바를 모를 때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들도 있지만 결국 그것 또한 나의 오만과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주변 사람들을 떠올려보면서 누군가를 오만과 편견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런 시선으로 상처를 준 사람들이 많지 싶어 괜시리 미안해진다. 쉽지 않겠지만 내 생각들을 가두고 있는 오만과 편견의 틀을 매일같이 조금씩이라도 깰 수 있도록 시도해 봐야겠다. 미세한 파동만으로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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