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계+인 1,2〉과 『삼국유사』의 상상력

봉인된 세계를 지키는 사람들

ⓒ 영화 〈외계+인 Part 1〉 제작사·배급사 제공 공식 이미지



영화 <외계+인>은 <전우치>를 만든 감독의 후속작이다. 그만큼 두 작품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도사, 동물, 봉인, 탈출 등 많은 모티프가 유사하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시간을 초월하는 것도 유사하고, 무엇보다도 <삼국유사>의 상상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공통점이 또 존재한다. <전우치>에서는 만파식적과 사금갑 설화가 주를 이루었다면, <외계+인 1,2>에서는 신검, 자장, 밀본 등이 등장한다. 일단 외계인의 줄거리를 들여다보자.


1. 영화 <외계+인>의 줄거리를 살펴본다.


<외계+인 1부>는 외계인들이 죄수를 인간의 뇌에 가두어 지구를 거대한 감옥으로 사용해 왔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외계인 죄수들은 ‘하바’를 이용해 지구의 대기를 외계 행성의 환경으로 바꾸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막기 위해 가드와 썬더가 움직인다. 고려·조선 시대로 이어지는 과거에는 가면을 쓴 도사 집단 밀본이 신검을 노리며 암약한다. 현재와 과거, 봉인과 탈옥의 서사는 교차하며, 이안과 신검의 정체는 끝내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채 남겨진다.

<외계+인 2부>는 하바와 신검의 기능, 그리고 밀본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밝힌다. 외계인 죄수들의 목표는 하바를 모두 폭발시켜 지구의 대기를 외계 행성의 환경으로 바꾸는 것이며, 이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신검이다. 밀본의 수장 자장 법사는 신검을 통해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 한다. 이안과 가드, 무륵은 봉인과 해방의 기로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영화는 인간·외계인·시간이 얽힌 질서의 재구성을 향해 나아간다.

여기에서 "죄수를 인간의 뇌에 가두었다"는 설정은 참으로 흥미롭다. 예부터 우리는 "내가 죄인이지"라는 말을 자주 해왔는데, 아 말이 이렇게 영화화된 것이다.


2. 영화 <외계+인> 속 신화 상상력


영화의 핵심은 ‘제거’가 아니라 ‘봉인’이다. 외계인 죄수는 즉각 처형되지 않고 인간의 뇌에 가두어진다. 이는 악을 완전히 소멸시키기보다 통제 가능한 상태로 묶어 두려는 신화적 사고와 맞닿아 있다. 도사 집단 밀본은 이 봉인의 기술을 종교와 권위의 외형으로 포장한 존재다. 그들은 수행자가 아니라 관리자로서, 봉인을 윤리가 아닌 지배의 도구로 사용한다.


썬더와 같은 비인간 존재는 인간과 외계 질서를 잇는 매개자다. 이들은 감정을 학습하지만 완전히 인간이 되지는 않으며, 오래된 규칙을 기억한다. 이는 『삼국유사』 속 영물과 이물들이 인간 세계에 개입하되 경계를 유지하던 방식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영화는 신화적 존재를 통해 “봉인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관리하는가”라는 질문을 전면에 놓는다.


3. 삼국유사 상상력의 현대적 전유: 신검, 자장, 밀본


삼국유사의 상상력은 언제나 세계의 ‘환경’을 바꾸는 힘에 주목해 왔다. 『삼국유사』에서 재난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하늘·불법·인간의 질서가 어긋날 때 발생하는 징후다. 영화 <외계+인> 속 하바는 이를 SF적으로 번역한 장치다. 하바가 폭발하면 특정 지역의 대기는 외계 행성의 환경으로 바뀌고, 인간은 숨조차 쉴 수 없게 된다. 이는 곧 세계의 규칙 자체가 바뀌는 사건이며, 신화에서 말하는 ‘천지개벽’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이 질서 붕괴를 막는 것이 신검이다. 신검은 하바의 폭발을 정지시키는 유일한 수단이자, 시간의 문을 열고 시공간을 이동하게 하는 열쇠다. 동시에 치유의 힘을 지니며, 병과 장애를 고치고 죽음의 경계를 흔든다. 이는 『삼국유사』 속 신검이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하늘의 뜻과 인간의 생명을 매개하던 상징이었음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신검에 의해 상처를 입으면 외계인 죄수는 기억과 자아를 회복하고, 인간의 몸을 완전히 잠식할 수 있다. 신성은 구원이자 위험이 된다.

밀본과 자장 법사는 이 위험한 신성을 독점하려는 집단이다. 영화 속 밀본은 가면을 쓴 도사 집단으로, 외계인 죄수 ‘설계자’가 인간의 종교를 해석해 만들어낸 위장된 공간에 거주한다. 이들은 『삼국유사』의 불교적 권위를 닮았지만, 수행 공동체가 아니라 폐쇄적 권력 조직이다. 특히 자장이라는 이름은 의도적인 전유다. 『삼국유사』의 자장이 상징과 봉인을 통해 나라를 지키려 했다면, 《외계+인》의 자장은 신검을 통해 세계를 다시 설계하려 한다. 봉인은 보호가 아니라 통제의 기술로 변질된다.

결국 영화는 『삼국유사』의 질문을 현대적으로 다시 묻고 있다. 세계의 질서를 바꾸는 힘은 누가 가져야 하는가. 신성은 인간을 구원하는가, 아니면 지배의 근거가 되는가. 이 영화가 가장 삼국유사적인 지점은, 신화를 믿는 데 있지 않다. 신화가 어떻게 권력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고 하겠다. 신화와 <삼국유사>를 공부하는 나로서는 이 영화를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지적 여행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너무 많은 정보가 충돌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 것 같다. 영화는 기대만큼 큰 호응을 받지 못했지만, 삼국유사를 SF까지 확장시킨 지점에는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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