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 생기는 역사』
008. 조선과 중화사상에 대하여
우선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중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반만년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모든 역사와 문화유산을 자국의 문화로 흡수하려고 하는 그런 정책과 행위를 대단히 싫어합니다. 한편 저는 미국에 대한 대단한 감사함이 있습니다. 6.25 전쟁 당시 아무 연고 없는 한반도에서 명예롭게 자유를 위해 싸우신 UN군의 도움이 없었다면 인천상륙작전도 작금의 한국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이 문장을 쓴 이유는 다음과 같은 논제를 던지기 위해서입니다.
앞서 007편이었던 임진왜란을 <가장 맹렬히 도운 명나라 만력제> 편을 쓰면서 개인적으로 계속 머릿속을 흔드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최근에 조선을 평가할 때 비판하는 내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조선을 더욱더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하기사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호랑이에 올라타지 못하고 그저 왕조 국가만을 지키기에 급급한 조선의 모습은 분명 비판받을 점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종 황제가 경운궁으로 환궁한 뒤에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황제국으로서의 지위를 상승시킨 모습은 민주 국가라고 하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 행동이었기에 더 비판받아 마땅하겠지요. 분명 그 점은 시대에 뒤떨어진 외교적 인식이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비판에서도 조선 전기와 후기를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에 이 비판 논조와 관련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한 그들이 조선을 비판하는 이유 중에는 중화사상이 있습니다. 중화사상이란 중국이 세상에 중심이고 그 주변으로 국가들이 중국의 밑에 위치하고 있다는 중국의 핵심 사상입니다. 한국 입장에서 분명 잘못된 사상인 점은 분명합니다. 특히나 작금의 현대 사회에서 접근해 보았을 때에는 더 비판해야 할 사상이죠. 저 중화사상을 통해서 동북공정부터 시작해서 한민족을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취급하는 저들의 행태는 한국의 고유 민족성과 문화를 상실시키고 궁극적으로 중국 문화가 더 우선시되게 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에 와서 아리랑도 중국 음악이고, 김치도 중국 음식이고, 한복도 중국의 한푸를 따라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저들의 주장에 대해 우리는 조용히 문화 대혁명으로 사라진 저들의 고유문화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그저 우습게 바라볼 따름이지만 말입니다.
다만 중화사상을 비판하며 그 중화사상이라는 국제질서를 인정하고, 외교를 펼친 조선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는 것에는 의문을 갔습니다. 위 사진은 1402년 태종 시기에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라는 세계지도입니다. 중국을 제일 크게 그리고 그다음으로 조선을 그린 다음, 일본, 인도, 아라비아, 아프리카, 유럽까지의 구대륙이 모두 구현된 세계지도입니다. 이 지도를 통해서 조선의 외교관을 알 수가 있습니다. 철저히 중국이 중심에 있고, 중국이 제일 자세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가운데 그다음 조선을 국가로 보고 있다는 조선의 외교관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 지도하에서 다시 임진왜란으로 건너가 보겠습니다.
당시 명나라 만력제는 막대한 양의 자금과 군대를 지원했습니다. 일본군도 이 명나라의 지원에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끝난 후, 조선의 정치권에서는 어떤 외교적 생각을 갖게 될까요? 대표적인 생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0. 일본군이 쳐들어와 조선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 반일 감정 강화
1. 조선이 멸망할 직전에 갔다 > 반일 감정 강화
2. 그런 와중에 명나라가 쌀, 은, 군대를 지원해 줬다. > 친명(나라) 세력 강화
물론 이 의견에 조선 내에서의 백성의 분투, 의병의 항쟁, 이순신 장군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외교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본 것이지만, 그건 이 논의를 위해 배제하였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에는 7년 간의 전쟁을 통해 조선의 정치권에서는 명나라를 욕하는 것을 금기시할 정도로 친명파가 조선 정부에서 득세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타난 문제가 병자호란이고 삼전도의 굴욕, 즉 삼궤구고두례(3번 무릎을 꿇고 9번 이마를 땅에 찧으며 머리를 조아리는 행위)라는 것과 관련이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랑캐 취급을 하였지만, 이제는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국가인 청나라와 구 세력이지만 조선을 구해준 명나라 사이에 조선은 친명파가 득세하고 있었기에 남한산성에서 결사항전을 하였지만 결국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조선의 국왕은 청나라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행위를 서울시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삼전도)에서 하게 되죠. (그래서 필자는 영화 <남한산성>을 좋아합니다. 차가운 정치 게임이 영화 속에서 너무 재미있게 구현시켰기 때문입니다.)
과연 작금의 우리가 당시로 돌아간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물론 지금에서야 명나라가 결국 멸망하고 청나라가 새로운 패권국가가 된다는 점은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것을 모른다면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하게 될까요? 이 논제는 작금의 현실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분명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굳건히 동맹관계를 강화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이기도 하고 과거 한국 전체가 공산주의 세력에게 넘어갈 뻔한 6.25 전쟁에서 미군과 UN군의 도움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기 때문에 작금의 한국 정치계는 미국과 척을 지는 행위를 금기시해오고 있습니다. 뭔가 많이 오마주가 되지 않나요? 물론 지금의 세계질서는 조선의 세계질서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복잡합니다. 한국의 위상도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뭔가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는 위치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이 패권국가가 이제 아니라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죠. 과연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아직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해결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 질문은 지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