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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Apr 16. 2021

인연에 대하여(이동영 작가의 인간관계론)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다

인연에 대해 생각해본다.

난 인연 맺는 것에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어렸을 적엔 사람을 잘 몰라서 무조건 잘 믿고 툭하면 설레다가 크게 데인 경험이 많았다. 지금은 누가 다가오기 전까진 내가 먼저 다가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어쩌다 날 맘에 들어하는 사람이 다가오면 경계부터 한다. 그러다가 상대의 진심에 마음을 살짝 열기 시작하면 그 사람이 마구 가슴에 스며든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그는 가벼운 호감이었는데, 나만 혼자 뒤늦게 진지해지면 잘 보이려다가 힘이 자꾸만 들어가고 내가 아닌 사람이 되어 버리는 거다. 완전히 꼬여 버린다.

남녀 사이엔 썸이 그렇겠고, 그밖엔 뭔가 서로에게 필요한 경우이겠지. 아니 남녀 사이 역시도 서로가 필요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필요에 의해 관계가 맺어지고 지속되는 법이니까.

서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얕은 사이라도 한 번 정이 든 사람이면 난 작은 선물을 건.


다시 안 볼 사이 아니잖아요. 우리


이렇게 능글맞게 말한다.


앞으로 받을 것도 드릴 것도 많고
우리 살 날도 많으니까요

면서 진담을 던진다.

만약 이런 뉘앙스로 말했을 때 '감동'을 받았다고 하면 그 사람과는 꽤 오래간다. 연락이 드물어도 언제든 반가운 사이가 된다. 근데 '철벽'의 느낌으로 받아치는 리액션이면 인연은 거기서 딱 마무리된다.

이런 맥락에서 '나중에' '언제 한 번' 같은 말을 나는 잘 쓰지 않는다. 기약 없는 기다림을 부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게 '싫다'라거나 관계를 정리하는 발언을 돌려 말한 게 아니라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너무 헷갈리는 멘트로 가슴에 오래 남아 둘 사이의 공기를 서먹하게 만든다는 걸 잘 안다.

인연에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을까. 다만 인연의 '인'자가 '의지하다'라는 의미도 품고 있기에 난 서로 의지가 되는 관계를 인연의 본질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연이 곁을 지켜줄 때 한 인간으로서 존재하며 연결된 것에 안도한다. 그 존재감(살아있음을 느낌)과 안도감에 비로소 숨을 쉴 수가 있다. 또한 그 인연이 신의 메신저가 되어 내게 메시지를 전달할 때, 내 인생은 한 뼘 더 성장하게 된다고 믿는다.


우리는 비록 글쓴이와 독자로 만났으나, 내가 당신의 인연이 되고 당신이 나의 인연이 되길 바란다. 그 관계가 따뜻한 의지가 되길 바란다.

흔히 관계를 말할 때 사이가 멀다-가깝다 라고 하는데, 그 공간적인 개념화가 나는 재밌다.

여름이 좋은 이유는 어디엔가 시원한 곳이 있기 때문이고, 겨울이 좋은 이유는 어디엔가 따뜻한 곳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나와 인연이 된
당신이 좋은 이유는
내 모든 공간에
당신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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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인터뷰 문의: Lhh20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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