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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Sep 22. 2021

'눈을 못 마주친다'는 연예인의 말에 느낀 묘한 위로감

배우 전소민의 재발견

언젠가 엄마가 말했다.


"이효리는 참 꾸밈이 없이 솔직해서 매력이 있더라잉"

JTBC 뉴스룸 손석희 이효리
손석희: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히기는 싫다..라고 하셨는데,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 아닙니까?"

이효리: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저에 대한 바람은 한도 끝도 없이 할 수 있는 거니까, 그게 제 욕심이에요"

연예인이라면 무릇 진솔함보다는 신비로운 이미지로 관리하는 것 -(예를 들어, 과거 코요태 김종민에게 기획사 대표가 입만 다물라고 했다는 썰이 있음)이 한 10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이효리와 같은 털털한 매력이 인기를 얻자 예능의 콘셉트도 전략적으로 기획을 바꾸는 선택이 잦아졌다.

MBC 라디오스타 이효리

예능 버라이어티에서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연이나 연예인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고충을 털어놓는 것이 이젠 다반사가 된 것이다. 난 고무적이라 본다. 언제까지 TV에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시청자들과 분리되는 느낌만을 주며 신비로움을 상품화할 것인가. 그들도 돈을 받고 일하는 일개 직업인들일 뿐이다. 물론 감당하는 크기가 있기에 돈을 많이 벌기도 하겠지만, 그거야 우리가 그걸 보고 웃고 우는데 이미 익숙해졌기에 원망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닐 것이다.


상식적인 시청자라면 그저 돈을 많이 버는 잘난 연예인들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으로서 바라보는 게 맞다. 이 나서서 연예인 걱정 따위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유명 연예인이 돈을 많이 버는 건 사회가 만든 직업적 특성일 뿐이다. 우리가 작품을 소비할 때는 연기자로서 바라보는 걸 몰입할 수 있지만, 그들이 한 인간으로서 비칠 때는 있는 그대로 봐줘야 한다. 방송 특성상 악마의 편집에 유의하긴 해야 하겠지만, 요즘 세상엔 '척'하면 그 가면도 얼마 못 가 벗겨지기 일쑤고, 국민들이 유튜브를 많이 하다 보니 이젠 편집점의 느낌도 대충은 안다.

tvN 식스센스 전소민

내가 결정적으로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식스센스라는 예능에서 배우 전소민의 인간적인 발언 때문이었다. 난 세상 저렇게 밝고 섹시 발랄하며 예쁜 사람의 입에서 저 말이 나오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저 말이 나온 맥락이 있는데, 일종의 심리치료 비슷한 걸 하는 프로그램 참여 도중 자기 의사 표현을 솔직하게 해줘야 한다는 강사의 요청 뒤에 나온 말이라서 진실이란 걸 나는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제가 사람 눈을 잘 못 마주쳐요...


나 역시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연예인으로서 보이는 이미지를 소비했던 걸 인정한다. 편견이었다. 그 편견 덕에 먹고사는 직업이 연예인이긴 하겠지만 저 말이 충격적인 이유는 아마도 여지를 남기지 않은 채 이미지를 소비했던 점이 컸으리라.


사실 내가 그렇다. 나는 사람 눈을 잘 못 마주치는 사람이다. 강사로서 오프라인 강의를 할 때면 엄청난 긴장 속에 메소드급 연기가 필요했다. 에너지가 평상시의 10배는 소진되는 느낌이다. 강의 끝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그냥 곯아떨어지는 이유다.


예전엔 오프라인 강의만 고집했던 내가 코로나 19 이후에 비대면으로 강의를 하는 게 (심리상태만 보면)10배는 편해졌다. 클럽하우스나 팟캐스트, 카카오음과 같은 오디오 SNS를 비롯하여 이렇게 글을 써서 소통할 수 있다는 건 나에게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난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해서 작가와 강의를 하는 줄 알았는데, 못하는 게 많고 잘나지 않아서 안 해도 되는 걸 찾은 게 작가와 강사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배우 전소민의 지나가는 말에 묘한 위안을 받았다. 유재석도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에너지를 몇 배로 써가면서 자신의 두려움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그리고 이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이기에 이미지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저것까지 계산하는 연예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나 부족함이 있고 살아오면서 쌓인 결핍감이라는 게 있다. 그걸 숨긴 채 끙끙대기보다 솔직하게 털어놓는 타이밍에 말하는 것이 더 인간다워 보인다. 난 연예인들이라고 해서 맛집에서 밥 먹는데 집중하지 못하고 팬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밥을 먹거나 연애를 하거나 거리를 걸을 때까지 연예인은 아니지 않은가.


인간은 사람인자에 사이간자를 쓴다. 어느 정도 사이 간격 거리가 존중되어야 인간이 아닐까.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개개인의 인간으로 바라본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중 앞에 서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외향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 성격 때문에 신비로움이 유지되는 거야 그렇다고 하지만 외롭고 부족한 인간끼리 조금 더 솔직해지면 어떨까.


사람 눈을 잘 못 마주치는 한 연예인의 고백을 듣고 자기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는구나 하고 나는 느꼈다. 나 역시 편견을 갖고 있었구나.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했었구나. 외모나 재능이 잘난 것은 맞지만 완벽을 기대하는 건 인간적이지 못하구나-하고 말이다. 강단에 섰을 때 누군가 나를 볼 때도 같은 생각을 해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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