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시락 Dec 17. 2015

#5 역사, 시간에 대한 인간의 기억

징검다리 역사<2>

* 세상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역사 매거진


인간은 지나간 시간들과 사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집니다. 현재 인류는 이렇게 살고 있는데 과거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오늘의 나는 이러저러한 놀이로 시간을 보내는데 과거의 사람들은 무슨 놀이를 하며 살았을까? 오늘의 우리는 수많은 대화들을 나누는데 과거의 사람들도 그랬을까? 오늘의 우리는 국가를 이렇게 운영하는데 과거의 사람들은 어땠을까? 오늘의 우리는 이러저러한 것들을 탐구하는데 과거의 사람들은 달랐을까? 이는 과거를 기억할 수 있는 인간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탐구는 인간만이 할 수 있고
역사에 대한 관심은 인간만 가지는 것

사실 기억이 없다면 '과거'라는 시간도 '미래'라는 시간도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만 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어제 일을 기억하니 오늘의 할 일이 생겨날 수 있고, '어제'라는 시간을 인식할 수 있으니 '내일'이란 시간도 인식할 수 있습니다. '기억'이라는 인간만의 특징이 없었다면 '역사'라는 학문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논의에서 조금 벗어난 생각이지만 무한 시간과 무한 공간의 우주에서 '과거'라는 시간적 관념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한편, 인간은 자기 존재에 대한 근원을 찾기 위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집니다.  어떤 사람에게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고, 그 이전에 조상들이 있었듯, 인간이 지구의 한 생명체로 존재할 수 있었던 까닭이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인간에게 자기 존재의 근원을 확인하는 일은 본질적인 특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누구이지? 라는 물음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내가 어떻게 태어났지? 라는 물음이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이 존재 근원에 대한 관심은 역사를 통해 자기 정당성을 세우려는 시도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국가의 건립 이후 역사서를 새롭게 출간한다거나 새로운 역사관을 정립하는 일은 국가의 중대사였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 라는 정체성을 역사적으로 뒷받침하는 작업입니다. 조상들 역시 잘난 사람이어야 현재의 내가 왕이 될 수 있는 당위성을 갖추고 왕으로서의 권위도 세워질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역사는 한 인간 또는 인간 집단의 도덕성에까지도 연결이 됩니다.

역사를 공유하는 것은
한 인간과 한 인간 무리의 정체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그러나 역사는 지나간 시간과 오래된 사건들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있어 지극히 현실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한 인간에게 지나간 시간들의 사건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한 원인 중 하나가 되듯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지나간 조상들의 삶에 대한 기록이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하는 한 원인이 됩니다. 일본에서 나고자란 한국인이 한국인이라 여길 수 있는 것은 공통된 역사를 공유하는 그의 기억 때문이 아닐까요?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는 역사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인간은 역사를 인식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 인식하는데, 때로는 현재보다 과거를, 어떤 경우엔 미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죠. 반면에 다른 동물들은 오직 현재의 시간에서만 살아갈 뿐입니다. 먹고 자고 놀고, 또다시 먹고 자고 노는 본능적인 일상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없는 그들에겐 과거의 기억도, 미래의 계획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 [세계사 왜?] 중에서


^엮인 글 : #4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두 가지 시스템

^엮인 글 : #2 한국사도 모르는데 세계사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