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역사<1>
* 세상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역사 매거진
어느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세계사로 한국사를 보면 한국사에 대한 관심을 안 가지는 것 아니냐고. 세계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시간만큼 한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도로 물었던 것입니다. '세계사 vs 한국사'라는 구도로 놓고 세계사를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이죠. 세계사는 한국 이외의 '다른 나라'의 역사에 대한 흥미로 공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역사에 다른 나라가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기 위해 공부하는 것입니다.
한국사 = 세계사의 일부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사는 세계사의 일부입니다. 고대 한반도의 부족국가로부터 삼국 시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한국은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국가와 민족으로부터 영향을 주고 받으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다른 국가와 민족의 영향력은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죠. 오늘날과 같이 세계화된 시대를 보면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한 번 살펴볼까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17~18세기에 서양에서 시작된 제국주의와 이러한 제국주의를 따라한 36년에 걸친 일제(일본 제국주의)의 강점기, 그리고 1945년 해방에 이르는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해방 이후 시작된 소련과 미국 등 유럽 강대국에 의한 신탁 통치, 1950년 한국전쟁에 이은 분단, 그리고 남한만의 단독 선거를 거쳐 1953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는 등 일련의 역사를 보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만들어온 역사가 뒤엉켜 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현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7~18세기, 전 세계를 상대로 식민지를 개척하여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지배권을 다른 민족과 국가의 영토로 확대시키려는 야욕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세계사를 배우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어야 합니다. 세계사가 만나는 접합점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에 '세계사' 하면 그저 '다른 나라의 역사에 대한 고리타분한 암기'로만 기억되는 것입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한국사는 세계사의 일부입니다.
세계사를 모르는데 한국사를?
세계사는 세계의 현대를 추적하기 위한 역사적 탐구에 해당합니다.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군사 등의 제도와 양식들은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서구화'된 것이 아니라, 유럽과 아메리카로 대표되는 서양의 여러 국가들이 대한민국의 현재에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끼쳐왔던 것이죠. 한국사도 모르는데 왜 세계사를 배우냐고요? 이제 우린 거꾸로 물어야 합니다. 세계사를 모르면서 어떻게 한국사를 알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은 참으로 숨가쁜 역사를 살아왔습니다. 눈코 뜰새 없이 달려왔던 대한민국은 이제 속도만이 아닌 방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가올 백 년의 미래를 위해 잠시 쉬어가 보는 마음으로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진단해 보면 어떨까요?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져야만 더 나은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리고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인류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색해 보는 것이 이책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 [세계사 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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