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시락 Jan 13. 2024

9화 그리고 가을

9월 지구에서 만난 외계인과 외계인

매년 직접 찍은 사진으로 달력을 만드는 중이다.
올해엔 연재까지.

9월

카페의 작은 공간, 그나마 사람이 적은 조용한 시각. 고요함을 즐기고 있다. 고요할 때 사람은 더 많은 걸 볼 수 있고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다. 내 주변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지점. 작은 화분에 꽃이 피어있다. 가끔 식물들은 어떻게 생겨나 저런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보면 인간에게로까지 그 궁금증이 확대되기 마련이다. 인간이 식물을 온전히 이해 못하듯 인간도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 못한다.


나도 널 이해 못하고 너도 날 이해 못한다는 점에서, 우린 다 외계인인지도 모른다.




10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이다. 구도도 색감도 배경도 모든 것에 만족한다. 늦은 오후, 햇살이 세상을 뿌옇게 가르고 있고 바람이 살짝 불어와 꽃들이 반짝이며 흔들린다. 그 중앙에 코스모스 하나가 우주를 뒤흔든다. 하나의 존재란 그렇다. 너무 많은 존재들이 나고 죽는다는 점에서 어쩌면 큰일이 아니나, 이 세상 어느 구석이라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대단하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못 잡아 먹어 안달이고 때론 이유 없이 해를 가하는 일들도 벌어진다.


가을 햇살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나 그 햇살을 받는 인간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 삶의 진실.




11월

여전히 가을. 11월은 단풍의 계절이다. 어딜 가도 알록달록한 낙엽이 지천. 걷다가 찍었다. 이 가을의 색을 나는 좋아한다. 빛이 물들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은은하게 퍼지는 느낌이랄까. 알록달록은 조금 과하고 너무 쨍쨍한 느낌. 그리고 가을볕은 길게 늘어진다. 어루만지듯 세상을 뒤엎는다. 매번 가을날이어도 꽤 괜찮겠지?




유영국의 색

오래 전 전시에서 처음으로 유영국의 그림을 보았을 때, 오우 대박!, 그러면서 외국에서 태어났으면 더 나았을 법한 사람인데, 아쉽군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그의 그림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에 안 나가더라도 이제 외국에서 모셔가는 화가.


그의 그림은 기하학적으로 자연을 재구성하여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많은 화가들이 추상과 구상을 번갈아가며 화풍을 다듬어가기 마련인데, 그 역시 그 과정에서 이런 기하학적 추상을 발견했을 것이다. 조금 더 추상으로 나아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나의 작은 바람을 엊으며.


그의 그림에서 발견한 가을빛을 올려본다.


<work>(왼쪽) / <산>(오른쪽)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