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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Jul 07. 2024

도덕경 37장 무위로 하니 무리 없이 이루다

담담히 차분히 살아가기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37장 번역 및 해설


본문


도는 항상 무위(無爲)이니 하지 못함(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후왕(작은 나라 임금)이 이를 지킬 수만 있다면 만물이 스스로 나고 자랄 것이다. 그 나고 자람에 욕망이 들어서 억지스러움이 끼어든다면, 나는 무명의 통나무(분화되지 않은 소박함 또는 질박함)로 그것을 제압할 것이다. 고요함으로 욕망을 가라앉힌다면, 온 세상이 저절로 발라질 것이다.



해설


무위는 노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무위는 욕심이 없고 억지로 하지 않는 방식을 가리킨다. 상당히 복잡한 학문적 논의들이 있지만, 이를 ‘무리 하지 않음’ 또는 ‘무리 없음’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이것이 무위를 이해하는 더 쉬운 방식이라 생각한다. 무리 없이, 무리하지 않는 방식이라면 욕심 없이, 억지 부림 없이 행할 테니, 곧 도를 넘지 않는 방식이다.


무위란 큰 도에 따르는 일이다. 무리하지 않는 것 역시 그런 큰 도에 따르기 위해 계산하거나 자신의 방식대로 밀어부치는 대신,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돌아보고 차분히 대응하고 준비하며(계획된 준비하기보다 미리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실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손실은 줄이고 빨리 정리하여 좀더 나은 다음을 기약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삶은 내 뜻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앞으로만 계속 나아갈 수도 뒤로만 계속 처지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나아갈 때도 뒤로 처질 때도, 가끔은 멀리멀리 돌아갈 때도, 어느 날은 지름길로 질러 가기도 한다. 내가 건너고 싶다고 건널 수 있지도 않고, 뛰고 싶지 않아도 뛰어야 할 때가 있다.


삶의 모든 일이 내 뜻대로 일어나고 내 뜻대로 지나가게 할 수 있다면야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때론 삶에 저항하고 내 방식대로 살아보기 위해 온갖 몸부림을 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무리하게 일을 벌이거나 무리하게 대응하지 않는 과정에서 삶을 순탄하게 운영하는 법도 깨우친다. 순탄하다는 것은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데, 아주 나쁘지도 않고 아주 좋지도 않은 상황을 가리키기도 한다. 또는 정말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일어나도 그럭저럭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되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면 많은 굴곡이 있을 수 있으나 모든 게 지나가고 뒤늦게 돌아보면 아주 큰 굴곡 대신 두터운 선 하나가 그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그릇이 커져서 그 많은 굴곡들을 다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재 자신을 받아들이고 더 노력하며 자기가 원하는 모습에 이르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목적이다.


그 실현을 위해 고요함이 필요하다. 37장에 이르러 처음으로 등장하는 고요함. 고요함은 차분함이기도 하고 담담함이기도 하다. 무위를 실현하는 머릿돌이자 출발점이다. 고요해지면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듣고 싶은 소리가 아닌 들어야 하는 소리이자 내면이 들려주는 소리. 33장에 본 것처럼 그 소리를 따라 살면 스스로 나고 자라며, 스스로 발라진다.


교육으로 따지자면 노자는 내버려두는 교육, 아이들이 스스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중요시하는 사람일 것이다. 스스로 자라나는 교육이라 해도 무조건적으로 아이를 내버려두거나 아이의 선택에만 맡기는 교육은 아니다. 자신의 특색을 찾고 재능을 키우며 자신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곧 자기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방식의 교육이다.


차분히 담담히 고요하게, 나아가자.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어제의 일들은 저 멀리 떠내려보낸 채.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richness-tao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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