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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Jul 14. 2024

도덕경 39장 하나를 얻는 이 세상을 얻다

언제나 겸손하게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39장 번역 및 해설


본문


예로부터 하나(一)를 얻은 존재들이 있다. 하늘은 하나를 얻어 맑고, 땅은 하나를 얻어 평안하며, 정신(神, 고양된 의식) 하나를 얻어 영험하고, 계곡은 하나를 얻어 가득차며, 만물은 하나를 얻어 생겨나고, 후왕은 하나를 얻어 천하의 올바름이 되니, 이것이 모두 하나를 얻어 가능하다.


하늘이 하나 없이 맑아지려 하면 쪼개질 것이고, 땅이 하나 없이 평안해지려 하면 갈라질 것이며, 정신이 하나 없이 영험하려 하면 소진될 것이고, 계곡이 하나 없이 채우려 하면 고갈될 것이며, 만물이 하나 없이 생겨나려 하면 소멸할 것이고, 후왕이 하나 없이 고귀해지려 하면 쓰러질 것이다.


그리하여 귀한 것은 천한 것을 근본으로 삼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기초로 하니, 후황이 자신을 가리켜 ‘외로운 자’, ‘부족한 자’, ‘가난한 자’라 일컫는 까닭도 천한 것을 근본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니 그런가?(강조의 되물음)


그리하여 명예나 권력을 얻더라도 이에 우쭐하지 말아야 한다. 반짝이는 금은보화(玉)도 번들거리는 조약돌(石)처럼 여겨야 한다.



해설


하나. 모든 고대 종교와 철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상징이다. 유일신 역시 ‘하나’여서 하나님이다. 그런 의미에서 궁극의 숫자이기도 하다. 자연수 1. 처음을 상징하는 숫자이자 인간이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최초의 수이기도 하다. 하나가 있어야 둘이 있고, 하나를 인지할 수 있어야 둘도 셋도 넷도 인지할 수 있다.


하나는 또한 사물이 가진 정체성이자 유일함이기도 하다. 하늘도 땅도 정신도 계곡도 모두 각자가 가진 자신의 정체성 또는 유일함을 지녀야 자신의 능력과 본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본질이자 근본인 ‘하나’를 지켜야 할 때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독특함은 자기를 규정하는 무엇은 될 수 있으나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무엇은 아니다.


그리하여 노자는 하늘이 하나를 지니면 맑아지지만 하나 없이 맑아지려 한다면, 다시 말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다면 갈라지거나 쪼개지는 등 그에 따른 문제가 생긴다고 하였다. 귀한 것이 천한 것을 근본으로 삼고, 높은 것이 낮은 것을 기초로 하는 이유도, 후황이 자신을 가리켜 ‘외로운 자’, ‘부족한 자’, ‘가난한 자’라 일컫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아는 일,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 겸손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겸손’은 노자 도덕경 전체에서 계속해서 등장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공을 이루었다고 떠벌리고 다니지 마라, 공을 이룬 것이 본인 재능이라 여기지 말라, 이런 조언들이 빼곡하다. 비우고, 버리며, 채워야 할 것은 이런 겸손이자 자기성찰이다.


살다보면, 한 번 즈음 큰 성공을 이루는 때가 있다. 그동안 자기가 맛보지 못했던 크기의 성공. 그때 인간은 보통 그 성공을 오로지 자기 스스로, 자기 재능과 노력에 기대어 이룬 것이라 여긴다. 눈앞에 사람이 보이질 않고 교만은 하늘을 찌른다. 자기가 나선다면 무엇이든 이룰 태세이고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 한 마디로 기고만장.


이를 거꾸로 서술하면, 성공은 나에게만 달려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큰 성공은 수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지지와 간접적인 공헌들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일본 문학계의 거장 중 하나인 이츠키 히로유키는 이를 ‘타력’으로 불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를 떠밀어 올려주는 힘. 마치 연을 날리기 위해 바람의 힘이 필요한 것과 같다.


교만하다는 것은 그 타력을 모르거나 무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본인의 성공에 기여한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힘들은 실제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부모님이 있어서 내가 존재하고 자랄 수 있었고, 옆집 아주머니의 친절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그런 친절함을 맛보는 것 또한 삶의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경험이며, 함께하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자신이 원하는 성공에 이르지 못하거나 더욱 지체될 수도 있었다.


겸손은 성공에 이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스스로 자기 것이라 여기지 않고, 스스로 크다 하지 않기에 자기뜻을 이루고 자기의 큼, 곧 자기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재능이 있다 해도 갈고 닦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한 번의 성공에 도취되어 이후에 지속될 성공을 버려서도 안 된다. 그리하여 노자는 그리하여 명예나 권력을 얻더라도 이에 우쭐하지 말고, 반짝이는 금은보화도 번들거리는 조약돌처럼 여겨야 한다 말한다.


여기에서 ‘조약돌’의 비유가 재미나다. 흔히 옥석을 가린다닌 말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옥석의 의미를 반대로 보았다. 하나의 역설. 성공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재능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피운 꽃과 틔운 열매가 저절로 사라질 때까지 꾸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겸손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자신이 해낸 일의 결과나 보상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해.


*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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