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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Jul 20. 2024

도덕경 40장 되돌아감의 미학

역설로 가득찬 노자 도덕경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40장 번역 및 해설


본문


되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요, 약한 것이 도의 작용이다. 세상 만물이 있음에서 생겨나고, 있음은 없음에서 생겨난다.



해설


헤겔이란 독일 철학자가 있다. 그의 철학은 이렇다. 어떤 존재(정)가 다른 하나를 극복하여 또는 포섭하여(반) 새로운 존재가 되고(합), 그 존재가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여(다시 정-반-합) 종국에는 절대정신을 향해 나아간다. 이러한 ‘정-반-합(正-反-合)’의 방식을 변증법이라 부르는데, 이를 통해 그는 서양철학을 관념의(실제적이기보다 머릿속에서만 가능한) 끝판왕으로 만들었다.


서양철학은 기본적으로 직선적이고 절대적인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직선적으로는 진보이자 끝없는 발전이다. 인간은 계속해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계몽주의(무지에서 깨어남)’로 대표되는 믿음이 그것이다. 그리고 절대자라는 목적성이 있다. 이상향을 향한 계속되는 노정.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데아가 그랬고, 중세 유렵을 지배하던 기독교의 하나님이 그랬다. 그야말로 절대적 가치.


이에 반해 노자는 되돌아감(또는 되돌아옴)이 도의 운행이라 보았다. 행성이 궤도를 돌듯, 부메랑을 던지면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모든 것은 뻗어나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발전이 발전이 아닐 수도 있고 진보가 진보가 아닐 수도 있다. 이것이기도 하고 저것이기도 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닐 때도 있다.


36장에서 보았듯 뻗으면 오므리는 것이 살아가는 이치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이 그렇듯 지속하는 변화에도 아주 커다란 우주의 틀은 갑작스레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곧 곧 역설이다. 역설이란 A에 이르기 이르기 위해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진 방식인 a보다 가장 부적합하다고 알려진 방식인 b가 오히려 더 적합하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으로 노자는 부드럽고 약한 것이 딱딱하고 강한 것을 이긴다고 본다. 8장에 나오는 물은 한없이 부드럽다. 그렇지만 물이 모이고 모여 파도나 거대한 쓰나미를 이루면 모든 걸 집어삼킬 만한 힘을 가진다. 물 한 방울의 힘도 다르지 않다. 오랜 시간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내기도 한다. 반면에 한방울의 물은 무게도 흔적도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 일이 이처럼 돌고도는 이치라면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돌고돈다기보다 되돌아오고 되돌아가니 자기가 가진 소유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자신이 먹은마음도 쉬이 흘려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때론 모든 걸 포기하거나 마음을 비울 때 정말 원하는 걸 얻을 수도 있다. 실제적인 힘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반대쪽에 있기도 하다.


세상 만물이 있음에서 생겨나고, 있음은 없음에서 생겨난다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에게 지각되는 것들보다 지각되지 않는 것들이 더 중요하단 의미이다. 다시 말해,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들리는 것보다 들리지 않는 것이, 만져지는 것보다 만져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것들이 더 본질적이고 세상의 기초를 이룬다는 믿음이다.


역설은 노자 도덕경의 기본을 이루는 생각이자 동양에서 기본적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이기도 하다. 노자는 역설을 통해 거꾸로 보고 뒤집어 보며 새롭게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인간이 가진 믿음이 절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기를 바란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세상의 부와 풍요도 달라질 수 있다.


옛날 어느 날, 하늘에서 북풍과 태양이 서로 자신이 더 강하다며 싸우고 있었다. 서로의 언성만을 높여가며 싸움의 끝이 보이지 않던 그때, 마침 길을 걸어가는 한 나그네를 본 이 둘은 누가 먼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지 내기를 걸어 결판을 짓기로 했다.

먼저 북풍이 있는 힘껏 센 바람을 불어서 외투를 날려버리려 했으나 나그네는 옷이 날아갈까봐 옷을 꽁꽁 여몄다. 그래서 북풍은 이번에 점점 바람의 강도를 높여서 불었다. 하지만, 나그네는 옷을 더 꽁꽁 여몄다. 결국 힘을 모두 써버려 기진맥진해진 북풍이 포기하고 태양에게 차례를 넘겨주었다.

태양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따뜻한 손길로 나그네의 등을 어루만졌다. 나그네가 이제 좀 푸근해졌다는 것을 알고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폈다. 그러자 태양은 조금씩 조금씩 더욱 뜨거운 햇빛을 나그네에게 쨍쨍 내리쬈다. 결국 나그네가 더위를 참지 못한 나머지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 던진 뒤 근처의 강으로 뛰어들어 몸을 식혔고, 결과적으로 태양이 이겼다.
-이솝우화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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