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며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용병술(병법)에 “주인이 아닌 손님처럼 여겨 한 치 전진 대신 한 자 후퇴해라.” 라는 말이 있다. 흔적 없이 진군하고, 활을 들지 않고 물리치며, 적이 없이 유인하고, 병사 없이 제압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리하여 군대가 맞붙을 때에는 불쌍히 여기는 쪽이 승리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 69장이다. 68장에 이어 어떻게 이길 것이냐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 승리는 오늘날로 따지면 처세술. 사람들 사이에서의 승리. 앞에서도 몇 차례 말했지만 도덕경은 이런 처세술의 기원이 되어준 책이다.
흔적 없이 진군하고, 활을 들지 않고 물리치며, 적이 없이 유인하고, 병사 없이 제압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뭔가 하는 것 없이 승리하고, 그렇게 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세상에 진정 이런 방법이 있을까. 노자는 이러한 방식을 통칭하여 ‘무위’라 부른다.
살다보면 기회가 오고 기회가 와서 돈과 권력을 얻는 날도 있다. 사실 그 모든 것이 온전히 자기의 능력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꼭 그렇진 않다. 성공의 지분엔 다른 이의 보이지 않는 공헌과 개입이 있기 마련. 그리하여 앞의 여러 장에서 보았듯 ‘자신을 낮추는’ 미덕이 필요하다.
그 미덕은 앞의 여러 장에서 말했지만 그저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진정 자신이 쌓아올린 것이 언젠간 사라질 무엇이라는 인식, 그리 대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 그리고 그것이 자기 욕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도 반드시 일정 부분 돌아가야 한다는 인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67장에서도 보았듯 인간에 대한 동정 또는 공감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노자는 전쟁을 잘 치르는 방법을 제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임을 깨달아야 한다. 노자는 67장에서는 자애로움을 69장에서는 불쌍함이라는 마음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승리의 모든 방식은 결국 서로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노자는 줄곧 전쟁에 반대하고 전투를 치르더라도 사람이 다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한다.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이 삼키는 무언가가 되어 보기 위해 반대편에 서야 할 때도 있다. 인간이 누르려는 대상은 한 인간이고, 인간이 겨누는 대상은 한 인간이며, 인간이 빼앗고자 하는 대상은 한 인간의 삶이다.
일상에서 무심코 내 앞의 한 인간을 넘어서고 싶고, 내 앞의 한 인간을 무너뜨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그런 부정적인 마음을 흘려보내야 한다. 그 대상은 곧 자신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은 마음의 반향이고 그 반향은 실제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마음에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 여유는 그저 얻기도 하지만 만들어야 생겨나기도 한다.
여유 = 마음의 남는 공간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노자 도덕경 31-6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0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노자 도덕경, 왜 부와 풍요의 철학인가?
https://www.basolock.com/richness-taotec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