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깊게 뿌리 박힌 병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알지 못함(무지의 상태 / 알고도 안다고 여기지 않는)을 아는 것이 가장 좋고, 모르면서 안다고 여기는(우기는) 것은 병이다. 병을 병으로 알아야 병이 아니다. 성인은 병이 없는 사람이니 병을 병으로 안다.
공자가 태묘에 이르러 모든 일을 묻자, 어떤 사람이 “누가 추 지역 사람의 아들(공자)이 예를 안다고 했던가? 그곳에서 모든 것을 묻더라.”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가 “묻는 것이 곧 예이다.” 라고 말했다.
-<논어>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 이 말만 두고 보면 언뜻, 그게 뭐가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야말로 사람이 가장 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나는 그것에 대해 몰라요’ 라는 말을 하기가 얼마나 어렵고, 한편으로 이 말을 한번 즈음 해 보았다면,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었는지를 깨달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이들은 진정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현명한 이들이다. 아마도 그들은 호기심이 충만하고 무엇이든 궁금하면 상대에게 묻는 이들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할 줄 알고, 아는 것도 재대로 아는지 점검하는 사람이야말로 훗날의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저 머물고 싶은 이들은 궁금한 것도 호기심도 없다. 그런 것들은 대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들이기에.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져올 폐해는 오늘날 ‘꼰대’ 라는 말 속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최고이자 자신만이 옳다 여기는 이들.
철학자들은 모두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다. 앉아서 팽팽 노는 사람이 남들과 대화를 하고, 사색을 즐기거나 글을 쓸 리 없다. 무엇보다 그들은 도덕경의 성인(도를 깨치거나 최소한 소크라테스 정도 되는)마냥 병을 병으로 알고 자신의 병을 숨기거나 왜곡하는 이들이 아니다.
소크라테스도 다르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알지 못함에 대한 앎(무지의 지)’을 주장했는데, 이런 점에서 도덕경 71장과 결을 같이 한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이 가장 똑똑한 이유를 찾았다. 바로 스스로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동안 나는 그 신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몰라서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다가 많이 주저하고 망설인 끝에 신이 무슨 의미로 그런 신탁을 내리셨는지를 알아보고자 한 가지 방법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지혜롭다고 소문이 자자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을 찾아갔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신께서는 내가 가장 지혜로운 자라고 단언하셨지만, 당신이 나보다 더 지혜로운 것이 분명하지 않느냐’고 자신 있게 말함으로써 그 신탁을 반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그 사람을 시험하려고 함께 만나 깊이 대화를 해보았습니다. 여기에서 굳이 그 사람의 이름을 밝힐 필요는 없겠지만, 그는 정치가였습니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내가 그와 대화하며 그를 시험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많은 사람이 그를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특히 자기 자신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자신을 지혜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나의 그런 행동은 그와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많은 사람에게 미움을 샀습니다. -<변명>
그가 뭘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사람들이 가진 병을 고치려 했다. 그들이 가진 허세를 떨쳐 버리고, 겸허함을 유지하기를 바랐고, 진실을 인정하고, 그것을 따르는 삶을 살기를 원했다. 소크라테스 자신도 그렇게 살았고, 그것이 인간으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용기 있는 선택이라 믿었다. 그가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노자 도덕경 31-6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0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노자 도덕경, 왜 부와 풍요의 철학인가?
https://www.basolock.com/richness-taotec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