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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울기라도 했으면

그녀

by hearida

어느 늦은 밤

그녀는 러닝머신을 하며 우는 남자를 본 일이 있다.


그때 그 체육관엔 그와 그녀 두 사람뿐이었다.

울음이 멈추기 전엔 달리는 것 역시 멈추지 않겠다는 듯

그는 러닝머신 위에서 쉼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러닝머신은 그를 아무 곳에도 데려다주지 않았다.

그저 계속 제자리로 돌아올 뿐이었다.


그게 마음이 아파, 그녀는 그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그것이 그의 울음을 더 아프게 하는 일이 될까 봐.


그녀는 그저 조용히 뒤돌려 자리를 떠났다.

실컷 울기라도 했으면.

그렇게라도 조금은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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