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런데 그거 알아요? 서른 넘으면 본인 상처는 본인이 처리해야지. 잘못해 놓고는 핑계랍시고 지 어릴 때가 어떻고 그래서 아직 치유가 안 됐네 뭐네.
이십 대는 좋다 이거야. 서른 넘어서 그러면 야, 너 이십 대엔 뭘 했냐? 난 그 생각이 들던데."
뜨끔했다.
그랬다. 언제부턴가 그도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그 상처는 정말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불치병인가? 그에겐 회복의 기회가 전혀 없었나? 목구멍에 박힌 가시처럼 불편하고 거슬린 채로 죽을 때까지 살 수밖에 없는 걸까?
그는 천천히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이 말이야. 어쩔 수 없이 상처받고 살지. 물론 누군가는 너무 끔찍하고 아픈 상처도 있어. 그럴 땐 혼자 회복하는 게 힘들기도 해. 그럼 최소한 노력은 해야 할 것 아냐.
일상생활도 어려운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평소에 좋을 땐 잘 살다가 느닷없이 남한테 못되게 굴고 제멋대로 굴 때만, 내가 어려서 어쩌고 저쩌고.
그런 건 선택적이잖아. 선택적 분노, 선택적 상처. 난 그런 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해. 진짜 상처받은 사람들이 입도 뻥긋 못 하게 하거든. 진짜 아픈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 보면 아이고, 나까지 저러면 안 되겠구나 반성한다니까."
그리고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저렇게. 쓸데없이 자기가 뜨끔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렇다고."
침대에 누워 그 말을 떠올리고 그제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제야 슬쩍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