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렇게 열심히 살다가 결국 그저 그런 인간으로 혼자 죽는 걸까."
소주잔을 들던 친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내 사는 모습이 한심해서."
그는 소주를 쭉 들이켜더니 취기에 기대 말을 쏟아냈다.
"야, 그거 알아?
어릴 때는 그냥 일단 그라운드에 서는 거야.
내 손에 탁구공이 있던 글러브도 없는 맨손이건 강풍이 불던 말이야.
일단 던지고 본다니까?
받는 사람도 그래.
파울볼이든 병살타든 그냥 치고 보는 거야.
그러다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때는 사랑도 있잖냐.
하다 못해 흙투성이가 되고 개기름 범벅이 돼서도 눈이 맞는 나이잖아.
조금만 노력하잖아?
그럼 바로 영혼의 결합이 가능하다고.
나?
야, 우리 나이는 말이야.
다 알아도 안 나가.
저게 지금 치면 홈런 100%다, 완전 역전이라고 해도 안 가지.
왜?
그럼 또 뛰어야 하잖아.
요즘엔 어지간해선 벤치에 앉기도 꺼려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