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나르시시스트 엄마와 차별 속에서 살아남은 딸의 기록”
나는 늘 식탁에서 밥을 먹는 게 불편했다.
엄마는 계모 같았고, 동생은 엄마의 아들이었으며,
아빠는 단지 엄마의 남편일 뿐이었다.
그 집에서 나의 공간은 오직 내 방뿐이었다.
거실 텔레비전 소리를 나는 방 안에서 라디오처럼 들었다.
그곳은 나를 위한 집이 아니었다.
내가 이 집에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딸이 아니라, 해결사였기 때문이다.
상담을 받으며 알았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집에서 사랑받으려면
나는 늘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돌이켜보면 황당해서 웃음이 나기도 한다.
신장 165cm, 체중 43kg.
겉보기엔 가냘픈 여자가 사채업자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동생을 지켜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니,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 같았다.
하지만 내가 첫사랑과 결혼을 앞두고 헤어졌을 땐,
엄마는 창피하다며 나를 집에서 내쫓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이 집에서 끝내 사랑받는 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살아남은 내가 용하다.
주변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들으면 가끔 농담처럼 말한다.
“책을 써도 되겠다.”
그 말이 동기가 된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내 지겨운 인생살이를 책으로 꺼내어 놓으려 한다.
이 책은 단순히 내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상처받은 이들,
“왜 우리 엄마는, 왜 우리 아빠는 나에게 그랬을까”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고 살아남기 위한 기록이다.
<사랑받기 위해서였던 나날>, 昀[햇빛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