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기 위해서였던 나날>, 昀[햇빛 윤]
내겐 다섯 살 어린 남동생이 있다.
어릴 적부터 영재라 불렸고,
엄마는 늘 그 아이의 성적에만 관심이 있었다.
나는 덜렁거린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실수를 하면 꾸중을 들었고,
동생이 실수를 하면 넘어갔다.
그때 처음 알았다.
엄마의 사랑에는 조건이 있다는 걸.
식탁 위에서 반찬은 늘 동생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나는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그저 사랑이란 게 원래 그런 거라 믿었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엄마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통과했다.
나는 점점 투명해져 갔다.
조용한 모범생이었던 나는
뒤늦게 사춘기를 앓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의 눈에 띄기 위해서였는지,
그 투명한 관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나는 화장을 하고, 통금시간을 넘기고
남자친구도 사귀고 술도 마셨다.
엄마는 툭하면 “연 끊자”라고 말했다.
그때는 그 말이 너무 무서웠다.
진짜 나를 버릴까 봐.
지금 돌아보면,
그 말은 엄마의 무기였다.
엄마가 나르시시스트라는 걸 깨닫게 된 지금에서야
그 무기의 이름을 알았다.
엘리트 코스를 밟을 줄 알았던 동생이
처음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엄마의 자랑, 엄마의 트로피였던 동생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의 얼굴에도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 것이 보였다.
그 균열을 본 나는 이상하게 안도했다.
'드디어 나 말고도 혼날 사람이 생겼다.'라는
비열한 안도감이었다.
그 시절,
나는 엄마와 목욕탕에 자주 갔었다.
나는 목욕탕을 좋아했다.
엄마가 내 등을 밀어줄 때면
엄마의 사랑을 온전히 다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목욕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차 창문 너머로 동생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이상한 예감을 느꼈다.
"엄마, 잠깐만 차 세워봐."
엄마가 의아한 눈빛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나는 문이 열리기도 전에 뛰어내렸다.
그 감은 맞았다.
동생은 친구와 함께 담배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목이 찢어질 듯한 고함이
엄마에게도 들렸는지
뒤늦게 엄마도 다가왔다.
그런데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나도 한창 비행을 하던 아이였는데.
그리고 엄마는 왜 침묵했을까.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나는 동생의 비행을 못 보는 성질 더러운 누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동생 친구들이 서른이 넘은 지금도 말한다.
“너네 누나는 아직도 무서워.”
그 말이 웃기면서도 아프다.
왜냐하면 그날의 담배 사건은
이후 우리 가족에게 닥칠 일들에 비하면
언급하기조차 우스운 이야기였으니까.
그날 나는 몰랐다.
그 담배 연기 속에서
이미 우리 가족은 타오르고 있었다는 걸.
나는 그 불씨를 끄려다,
평생을 태우게 될 줄도 몰랐다.
<사랑받기 위해서였던 나날>, 昀[햇빛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