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가면서 온라인 게임에 빠졌다. 대학생의 여름 방학은 천국이었다. 방학 숙제도 없고 시간은 남아돌았다. 나는 하루에 열두 시간 넘게 게임을 했다. 심할 때는 스물일곱 시간까지도 깨어 있었다. 식사는 컴퓨터 앞에서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엄마는 매일같이 잔소리했지만, 수험생에서 벗어난 자유의 맛은 달콤하고도 짜릿했다.
그날도 새벽까지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빠가 조용히 방에 들어오더니 나를 내려다보았다. 엄마처럼 잔소리라도 하려나 싶었지만, 생각해 보면 아빠는 원래 잔소리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수능 일주일 전에도 아빠는 “집중 안 되면 집에서 영화나 보자”라고 하거나, 대학 첫 학기 1점대의 학점을 보고서도 별 반응조차 보이질 않았다.
“아직도 게임하냐?”
아빠는 어색하게 물었다.
“어.”
나는 아빠를 쳐다보지 않고 게임 화면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시간 안에 퀘스트를 완수하지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방 안에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네가 왜 불행한지 아느냐?”
옆에서 나를 바라보던 아빠가 갑자기 물었다.
“뭐, 뭐?”
게임에 몰두해 있던 나는 건성으로 대꾸했다.
“장자가 말했다. 끝이 있는 것으로 끝이 없는 것을 좇으려 하면 불행해진다고.”
당황해서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퀘스트는 실패로 돌아갔다.
아, 씨! 아빠 때문에 망했잖아!"
내가 버럭 성질을 냈지만, 아빠는 태연하게 다시 물었다.
“안 잘 거냐?”
“아, 잘 거야. 이것만 깨고.”
나는 퀘스트 재도전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면 끝이 없겠구나.”
아빠는 그렇게 말하고는 방을 빠져나갔다.